북한, ICBM 처음으로 정상각도 쏠까…美대선 전 도발 가능성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관건…美대선 판도에 영향 목적도
軍, 평양 순안국제공항 중심으로 북한군 동향 추적·감시 중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처음으로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할지 주목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미국 대선 전에 이 같은 형태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군은 북한이 대선 전 ICBM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평양 순안국제공항 일대를 중심으로 북한군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다. 순안국제공항은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할 때 자주 활용된다.

현재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비행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017년부터 액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ICBM 화성-14·15·17형을 비롯해 고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ICBM 화성-18형을 수차례 시험발사 했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 보관·주입 및 발사 과정에서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군사적 효용성을 갖는다. 액체연료보단 고체연료가 은밀성·신속성 면에서 뛰어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ICBM을 모두 고각(高角·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으로만 발사했기 때문에 정상각도 발사 시 확인할 수 있는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북한이 조만간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한다면 이는 ICBM의 핵심기술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고각 발사는 정상각도 발사보다 대기권 재진입 때 마찰열이 적게 발생한다. 정상각도로 발사해야 탄두가 대기권에 안정적인 각도로 재진입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진입 각도가 잘못되면 탄두가 우주 공간으로 튕겨져 나가거나 목표물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전투병을 파병한 대가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전수받았을 수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 모습.[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의 미 대선 전 ICBM 발사는 미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줘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만들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 2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가 전략미사일 기지의 지하시설에서 ICBM 화성-18형 추정 미사일을 둘러보며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갖추겠다고 위협하고, 지난달 9일엔 12축 바퀴(좌·우 12개씩 24개의 바퀴)로 보이는 신형 이동식발사대(TEL)를 공개하며 새로운 ICBM 개발을 시사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핵타격 위협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사거리가 1만 5000㎞에 달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의 탄두 재진입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정상각도로 쏘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 하와이 등 미국령 섬이 있는 태평양 또는 미국 동부지역 앞바다에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이를 사실상 공격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평양에서 미 워싱턴DC까지 거리가 약 1만 1000㎞임을 감안할 때 화성-17·18형 등 북한 ICBM은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화성-18형을 지난번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를 쐈던 필리핀 방향 남태평양의 위성 폐기장으로 발사할 수 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위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 등지에서 우주발사체(로켓) 엔진 시험을 하고 있어, 미 대선 전후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도 있다. 김 총비서가 작년 12월 전원회의에서 올해 안에 정찰위성 3개를 쏘아 올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은 올해 5월 발사 실패 이후 "실패 원인을 보완해 재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국방정보본부는 전했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미 대선 후 제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핵실험 임박 징후는 없지만, 김 총비서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수일 내에라도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를 해놨다고 설명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