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러 군사협력 '단계적 조치' 경고…예상 시나리오는?

'대러제재 등 외교적 조치→방어무기 지원→살상무기 지원' 수순 예상
일각선 '관계 단절' 언급하지만…'비현실적'이라는 데 무게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특수부대의 훈련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가 북러 불법 군사협력에 대해 '단계적 조치'를 경고하며 '제재 수순'에 들어갔다. 외교적 조치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의 수순으로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인 22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라며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보면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시나리오를 일부 세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북러 군사적 협력의 심화에 대한 대응으로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을 상정한 바 있는데, 이를 '방어용 무기 지원 후 공격용 무기 지원'으로 단계를 나눈 셈이다.

공격용 무기 지원, 즉 살상무기 지원은 정부가 상정한 최종 단계의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나리오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러의 전향적 조치를 유도하고 이에 맞게 정부도 대응 수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사실상의 참전 효과'를 내 북한과 러시아의 반발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조치라는 뜻이기도 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위협은 결국 러시아가 북한에 실질적인 전략 증강이 가능한 무기체계,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 이전"이라며 "그것이 확인되기 전까진 외교적 방법을 최대한 전개하며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치를 상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뉴스1

일각에선 최종 수순으로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 단절'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이는 우리가 러시아와 직접 전쟁을 하는 '최악의 상황'을 전재한 것이라 사실상 비현실적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한 고위 외교소식통도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단계적 조치에서 한러관계 단절을 상정하는 건 너무 나간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상정한 단계적 조치가 최종 단계로 돌입하지 않기 위해선 러시아와 북한의 '반발 수위' 혹은 '상황 관리'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이 '말폭탄' 수준에서 끝날 경우, 정부와 북한, 러시아가 서로 공방을 주고받으며 '외교적 조치'를 단행하는 수순에서 상황이 정리될 수 있지만,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과 이들의 전선 투입 및 전투 개입이 이뤄진다면 '방어용 무기' 지원까지는 상황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용·공격용 무기 지원을 지금 시점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다소 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중국의 개입을 끌어내 최대한 현 상황을 '외교적 교섭' 또는 대응에서 끝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군 파병에 대한 미국의 공식 판단 등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앞서가지 말고 미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과 보폭을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라며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한국이 단독으로 나가는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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