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전성기 배경엔 '보훈외교'…전세계 유일 한국의 소프트 파워

[보훈외교의 품격①] 6·25전쟁, 유엔 창설 후 유일하게 연합군 형태로 참전 사례
"보훈외교로 무형자산인 신뢰 형성…유형자산으로까지 가치 확장"

편집자주 ...한국의 보훈외교, 'K-보훈'은 전 세계 공공외교 경쟁에서 우리의 독특한 소프트파워로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의 보훈외교의 핵심 배경인 한국전쟁(6·25전쟁)의 정전협정일(7월 27일)까지 총 4편의 기사를 통해 K-보훈의 가치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보훈외교의 시작과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유엔기념비에서 열린 프랑스 지평리전투 기념식에서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의 생도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2024.7.10/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한국전쟁(6·25전쟁)에 함께 한 22개 유엔참전국을 대상으로 정부가 펼치고 있는 보훈외교는 K-보훈으로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무형의 가치'를 앞세운 보훈외교를 통해 쌓은 상대국과의 신뢰가 K-방산 수출 등 '유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됐다.

21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 1975년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보훈외교 활동을 하고 있다. 전쟁 중 자국에 파병하거나 물자를 지원했던 동맹국의 참전용사들을 직접 예우하는, 보훈외교를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6·25전쟁)에서 함께 피 흘린 22개 나라와 혈맹이란 끈끈한 유대를 매개로 보훈외교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6·25전쟁이 유엔 창설 후 22개 연합군 형태로 참전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11개국 참전국 대사들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전 세계 유일의 국제 추모 인프라인 유엔 묘지가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국제보훈정책인 보훈외교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독창적인 정책"이라며 "보훈외교는 대한민국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공외교"라고 강조했다.

최근 보훈외교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전 세계 공공외교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독특한 소프트파워로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외교는 국가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과 협력해 문화·지식·정책 등을 통해 자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을 말한다.

K-9 자주포 사격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2022.9.30/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땐 참전국을 대상으로 마스크 300만 장을 지원해 세계 속 대한민국이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T-50 고등훈련기, K-9 자주포 등 K-방산을 수출하면서 세계 10대 방위산업 수출국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방위산업의 특성상 수출국과 수입국 간 신뢰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K-방산 수출국 중엔 6·25전쟁 참전국이 많을 수밖에 없다.

명품무기로 꼽히는 K-9의 경우 6·25전쟁에 참전했던 호주, 튀르키예와 인도·노르웨이(의무지원국)에 수출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참전국인 태국과 필리핀의 경우 T-50을 수입한 바 있다. 이들 국가에 K-방산이 수출되기까진 우리 무기체계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6·25전쟁 때부터 축적돼 온 신뢰관계 또한 영향을 줬다.

이와 함께 6·25전쟁에 최대 규모의 병력을 파병한 미국엔 최근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평가를 통과한 국산 2.75인치(70㎜) 유도로켓 '비궁'(영문명 Poniard)이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비궁의 미국 수출은 국산 유도무기 완제품의 첫 미국 방산시장 진출 사례가 된다.

이 밖에도 우리 방산업체들은 6·25전쟁 참전국 중 하나인 캐나다에 3000t급 잠수함, 콜롬비아에 FA-50 경공격기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보훈부 관계자는 "보훈외교를 통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무형의 자산을 형성해 왔고, 무형자산 축적을 통해 유형의 자산으로까지 그 가치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6.25전쟁 제74주년을 맞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어린이들 유엔군 전몰장병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2024.6.2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정부의 보훈외교 정책은 지난 2020년 3월 24일 '유엔 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유엔참전용사법) 제정을 계기로 큰 변화를 겪었다. 이 법은 6·25전쟁에 참전한 198만 유엔 참전용사들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예우와 22개 참전국과의 우호 증진 시책 수립·추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전의 보훈외교 정책은 법률에 근거한 게 아니라서 지속적인 재정 확보, 다른 부처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유엔참전용사법이 제정되면서 그동안의 보훈외교 활동에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게 됐고, 지속적인 재정 지원과 관계 부처 및 참전국 간 공식적인 협력도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

유엔참전용사법 제정으로 인해 2020년부터 11월 11일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기도 했다.

보훈부는 그동안 보훈대상자들에 대한 예우와 보상, 각종 기념행사에 치중해 왔는데,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국제보훈이란 영역이 새롭게 구축된 것이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연초 신년사에서 "보훈외교를 통해 국격을 높이고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하겠다"라면서 "특히 6‧25전쟁으로 맺어진 참전의 인연을 미래세대로 이어가 보훈을 대한민국 외교의 핵심자산으로 육성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훈부는 앞으로 △유엔참전용사 감사·위로 사업 △미래세대와의 공감·교육 사업 △학술교류·출판 사업 △유엔참전용사 참전 현충시설 건립 지원 사업 △참전국 정부 간 협력 강화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