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대북 확성기 방송 준비 점검…명령 있으면 언제든 재개"
"군의 결심으로 할 수 있는 단계 아냐…각 부처 의견 들어 결정"
- 박응진 기자, 허고운 기자
(서울·싱가포르=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군이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준비를 위한 점검을 했다면서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장관은 2일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을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밝혔다. 신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인한 한국의 피해를 소개하고, 오물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일 저녁 8시쯤부터 대남 오물풍선을 부양하기 시작했고, 이날까지 약 720개의 오물풍선이 식별됐다.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살포한 대남 오물풍선을 모두 합치면 1000개에 달한다.
신 장관은 "오물풍선으로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으나 민가 지붕에 떨어지고 차량이 파손되는 등 문제를 얘기하고, 북한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라며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야 하고 이 문제에 대해 3국이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에 대해 (참석자들은) 모두 적극 공감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대북 확성기 재개 문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대남 오물풍선에 비례성에 어긋나지 않는, 상응하는 조치로 보고 있다.
대북 확성기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북한을 향해 한국 노래, 한국의 발전된 생활 모습 등을 방송하는 설비다. 방송은 북측으로 24여km 지역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장관은 "우리 군은 명령이 있으면 언제든지 재개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그에 대한 준비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의 결심으로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여러가지 과정과 절차가 있다"라며 "시행 여부는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정부 각 부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할 것으로 안다"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앞서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 등 남북관계발전법 상의 '금지 행위'를 재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해왔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해선 "필요한 절차를 취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4일 국무회의 때 9·19합의 효력정지 등 관련 안건이 상정·의결될 수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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