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훈련병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짙어지는 가혹행위 의혹
"군기훈련간 문제점 식별"…육군, 오늘 민간경찰에 수사 이첩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최근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사망한 육군 훈련병이 무리한 운동 등의 이유로 근육이 손상되는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사망의 원인이 가혹행위일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은 사망 훈련병 부검 결과와 관련해 "횡문근융해증과 유사한 증상을 일부 보인 것으로 안다"라며 "추가로 혈액 조직 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근력 운동, 지나친 체온 상승, 외상 등의 원인으로 근육이 손상됐을 때 골격근세포가 녹거나 죽어 신장을 폐색 및 손상시키는 병이다.
지난 2012년 야간행군 후 숨진 훈련병도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였다. 또한 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 4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운동 유발 횡문근융해증으로 국군수도병원 내과에 입원한 환자 26명 중 3명이 숨졌다.
이번에 사망한 훈련병의 사인이 횡문근융해증으로 확인되면 군기훈련을 가혹행위 수준으로 진행해 병사가 죽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돼 이틀 뒤인 25일 오후 숨졌다.
사망 훈련병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기훈련 중 체력단련에는 '완전군장 상태에서 보행',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등이 있으나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는 규정에 없다.
이와 관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완전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 선착순 뺑뺑이를 돌렸다고 하더라"라며 6명의 군기훈련 대상 훈련병을 상대로 완전군장 달리기를 시킨 뒤 1등만 빼고 또 돌리는 벌을 줬다라고 전했다.
군기훈련 과정에서 완전군장 무게를 맞추기 위해 책을 집어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훈련병 부모는 훈련병 커뮤니티 '더 캠프'에 올린 글에서 "(완전군장) 20㎏에 책 같은 걸 더 넣게 해서 40㎏을 만들어 3시간 정도 뺑뺑이 얼차려를 줬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육군은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를 마치고 민간 경찰에 사건을 수사 이첩할 예정이다. 조사 중 식별한 문제점 등을 기록한 인지통보서와 폐쇄회로TV(CCTV) 녹화영상 등이 경찰에 제출된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군기훈련간 문제점이 식별돼 경찰 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늘 강원경찰청에 이첩하게 된다"라며 "육군은 한점 의혹 없이 투명하고 정확하게 규명되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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