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2달 남았는데 한중일 정상회의 '깜깜'…7월 전 개최 추진

양회 끝낸 中 여전히 '미온적'…다자외교 하반기 공간 모색 '험로'

지난해 11월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가 올 상반기 개최를 추진하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3국 간 논의가 여전히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날짜를 두고 3국 간 '의중'이 한곳으로 모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8년부터 연례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 회의 이후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의 여파도 있었지만 한일관계 악화 등의 변수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지난해 11~12월 개최를 목표로 작년 초부터 일본·중국을 대상으로 '물밑 접촉'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정상회의의 실무적 논의를 위해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3국 간 부국장급회의가 돌연 연기됐다. 당시 외교가에선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관련한 한중 간 갈등이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 등으로 인해 한중관계가 어색해진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계속해서 미온적 자세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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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지난해 7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 포럼에서 3국 관계 증진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한중일 정상회의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왕 부장은 당시 "과거 민간·기업·지방 등 간의 교류가 한중, 중일 수교로 이어졌듯,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교류 증진이 중요하다"라며 민간 교류 증진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양자 관계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같은 해 9월 3국 간 부국장급회의와 고위관리회의(SOM)회의가 연이어 열렸고, 11월엔 부산에서 외교장관회의까지 개최되면서 한중일 정상회의의 구체적 일정도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3국은 다만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외에 정부가 목표로 했던 '연내 개최'라는 진전을 이루진 못했다. 그럼에도 비교적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으로 봤을 때 올해 관련 동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했다.

하지만 올 3월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한국의 4월 총선 등의 영향으로 다시 관련 일정 확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올해 7월을 '마지노선'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는 다자회의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다자회의가 집중된 하반기에는 3국 간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날짜는 5~7월 사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5월 중반을 넘길 경우 상반기 개최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7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유엔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등의 다자외교 일정이 이어지기 때문에 상황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