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군비통제 협의 재추진 시 검증 활성화에 초점 둬야"
박용한 KIDA 선임연구원 "이행 초기부터 명확히 합의해야"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남북한이 향후 9·19군사합의와 같은 군비통제 협의를 다시 추진할 경우 '검증 기능' 활성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29일 '북한의 9·19군사합의 파기와 한국의 대응' 보고서에서 "이번 군사합의 파기를 교훈 삼아 군비통제 이행 초기부터 검증 책임을 명확하게 합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는 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됐다. 이 합의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남북한은 9·19합의에 따라 2018년 10월25일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모든 화기와 탄약 및 초소 근무를 철수하고, 같은 해 11월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일부를 철거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사실상의 합의 파기를 선언했으며, 비무장지대 내 일부 GP를 복원하고 중화기를 반입했다. 이어 JSA에 배치된 북한군 경비 병력이 권총을 재무장했으며, 북측 해안포 포문 개방도 잦아지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합의 파기 선언 이전에도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일대에서 해상완충구역 안으로 해안포 사격을 했고, 2020년 5월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우리 측 GP에 총격하는 등 합의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9·19합의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는 점과 함께 남북 군사력의 제한을 상호 검증 없이 각자의 의지에만 맡긴다는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 지속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9·19합의를 포함한 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적의 선의에 의존하는 건 가짜 평화"라고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박 연구원은 "남북한은 2018년 군사합의에서 군사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차관급을 지명하기로 합의했으나 실제 이행하지 못했다"며 "공동위가 수행할 가장 중요한 역할에는 남북한 간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검증 기능이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달리 북한은 공동위 구성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이번 군사합의 파기는 검증 기능 무력화로 인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우리 정부의 과제에 대해선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정을 지속해야 한다는 책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정세를 냉정하게 판단하며, 우발 및 오인에 따른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또 "일각에선 북한의 침투·국지도발이 9·19합의를 맺은 2018년 이후 급감했다고 지적하지만 북한이 9·19합의 대문에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군사합의에 따른 인과관계를 따지기에 앞서 북한이 도발을 하는 건 어떠한 조건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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