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전한 '트럼프 북핵 용인론' 파장…韓내에선 회의론 커

폴리티코, 3명의 익명 소식통 인용해 보도…북핵 동결 대가로 제재 완화
트럼프측은 부인하지만 완전 무시 어려워…북핵 용인시 韓·日 등 반발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로이터=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핵 용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3일(현지시간)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 '거래'를 추진하는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하고 다른 형태의 일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토하는 구상 중 하나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여기엔 북한이 약속을 지키도록 보장하기 위한 '검증 수용'도 요구될 것이라고 한다.

폴리티코는 "이 움직임은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과거 기조에서 급격히 벗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우호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킨 김정은(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의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주요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동기 중 일부는 "그가 헛수고라고 생각하는 핵무기 협상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피하는 대신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더 큰 과제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소식통들은 자신들이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캠페인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패배 이후에도 김 총비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자신해 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보도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기존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였던 게 적지 않았던 데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도화된 북핵의 현 상황을 사실상 인정하는 '북핵 용인론'에 솔깃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일각에선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한미가 추구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사실상 요원한 만큼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일단 북핵 동결이라도 추진하는 '플랜 B' 주장이 제기돼 왔던 터다.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는 등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이같은 플랜B를 통해 상황 관리에 주력하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북핵 용인론은 북한을 사실상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북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핵 확산을 반대하는 국가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폴리티코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북 접근법을 완화한다면 그것은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들과,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접근을 선호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한국 정부 내에선 북핵 동결을 전제로 한 제재 완화 등의 접근법은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한 검증과 담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회의론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동결'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완전한 공개가 전제돼야 하지만, 김 총비서 등 극소수만 알고 있을 내용을 북한이 쉽사리 '완전 공개'할 리가 만무한 데다 북한이 제시한 내용을 검증할 방법도 없다는 논리에서다.

과거 플루토늄농축과 달리 현재 북한이 주력하고 있는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은 은닉하기가 쉬워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단독 결정으로 가능하더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를 해제 및 완화하기 위해선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회의론의 근거 중 하나다.

이에 더해 만약 해당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한국과 일본에선 핵 균형을 주장하며 현재의 미국의 확장억제를 넘어 자체 핵무장론이나 미국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론이 본격 제기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할 경우 이 같은 파격적인 외교·안보 정책 추진시 견제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국 등의 우려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집권 1기 때 한반도 문제 접근법 및 북핵 해법을 두고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전 비서실장,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제동을 걸었지만, 현재는 그럴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의 입장에선 만약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이같은 구상을 추진할 경우 상당한 기회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선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각종 대화 제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같은 트럼프 구상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