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항명 혐의' 박정훈 대령 첫 공판… 외압 의혹 가려질까
당시 장관 보좌관 "확실한 혐의자 수사 의뢰" 문자 보내 논란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올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 사고 초동조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재판이 다음 달 시작된다.
박정훈 대령이 "'사고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상급자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군 당국과 "사고 처리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박 대령 측 주장이 맞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에 따른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중앙군사법원은 내달 7일 오전 박 대령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방부검찰단은 지난달 6일 박 대령을 '기록 이첩 보류·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 '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군검찰과 박 대령 측 변호인들은 저마다 의견서와 공판준비서면 등을 군사법원에 제출하며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생전에 해병대 제1사단 소속으로 복무했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올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 사고 초동조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에선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내용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했고, 수사단장이던 박 대령은 올 7월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이를 대면 보고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8월2일 관련 서류를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가 보직 해임돼 군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이 장관이 대면 보고 다음날인 7월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박 대령은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듣지 못했고, △오히려 채 상병 사고 보고서 처리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이 사건 관련 자료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이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하고,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김 사령관에게 보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박 대령이 제기한 이른바 '외압'을 뒷받침하는 게 아는 게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메시지는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고 관련 기록을 경찰에 인계하기 하루 전인 8월1일 발송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당시 군사보좌관은 해당 메시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궁금한 걸 김 사령관에게 얘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고, 국방부 역시 '지시나 지침이 아니라 여러 수사 방안 가운데 하나를 언급했던 것'이라며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고 관련 기록을 경찰에 인계했던 8월2일 당일 곧바로 이를 회수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이후 장관 지시로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다시 경찰에 이첩·송부하는 과정에서 해병대 측이 혐의자로 특정했던 8명 중 사단장 등 4명의 혐의는 적시하지 않았고, 다른 하급 간부 2명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현재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한 군 관계자들의 책임 여부 등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 별개로 박 대령 측은 채 상병 사고 처리 문제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국방부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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