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다시 참전"… 유엔사 회원국 70년 전 약속 재확인(종합)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첫 개최… 정전 70주년 기념
공동성명 통해 '北 불법 행위 중단 및 안보리 결의 이행' 촉구

(국방부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미국을 포함한 17개 주한유엔군사령부 회원국들이 한반도에서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무력공격이 재연될 경우 재참전 등을 통해 함께 대응할 것을 선언한다.

유엔사 회원국들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채택할 계획이다.

또 이날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향해 불법적 행위 중단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 등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는 올해 한국전쟁(6·25전쟁) 정전 제70주년을 맞아 우리 국방부 주관으로 처음 개최하는 행사다.

군 관계자는 "1953년 7월 '워싱턴 선언'(한국 휴전에 관한 참전 16개국 공동정책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서 6·25전쟁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재참전하겠다고 한 국가들은 그 약속이 이후 70년간 계속될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행사엔 70년 전 '워싱턴 선언'에서 했던 약속을 다시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엔사 회원국들의 장관급 대표단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반도 전쟁 억제와 평화 유지 등 유엔사의 역할에 대해 평가하고, △우리나라와 유엔사 회원국들 간의 협력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 회원국들 간 협력·연대 등 유엔사의 미래비전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선 유엔사 참모부에 우리 군 장성 등 장교를 상시 포함하는 방안이 다뤄질 전망이다. 우리 군은 지난 2004년 40여명을 유엔사에서 파견 근무토록 한 적 있으나, 당시엔 유엔사 보직이 겸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유엔사에 파견될 우리 군 장교는 유엔사 업무만 전담할 전망이다.

우리 군은 작년 11월부터 유엔사 참모부 참여를 검토해왔으며, 현재 유엔사에서 적극적·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직에 장성·영관급 장교를 파견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회의에선 유엔사 회원국의 신규 가입 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날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유엔헌장의 원칙·결의에 기반을 두고 한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들의 유엔사 참여를 통해 회원국 확대를 모색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고, 조건이 충족된다면 (우리나라와 유엔사·희망국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2023.11.13/뉴스1

다만 우리나라가 유엔사 회원국에 편입되는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6·25전쟁 당사국이자 유엔사가 주둔하고 있는 주둔국의 위상을 갖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가 유엔사 회원국이 아닌데도 "지난 수년간 쟁점 현안을 풀어가는 데 제한사항을 느끼지 못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 여부에 따른 장·단점이나 효과, 유엔사 측의 관련 입장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군 당국은 앞으로 유엔사 회원국들과 다양한 연합연습·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전시 대비 임무수행능력 향상과 상호 운용성 강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19~27일엔 경남 거제도 동남방 해역 일대에서 우리나라와 미국·벨기에·캐나다·뉴질랜드·필리핀 등 6개 유엔사 회원국 해군이 함께한 '2023년 다국 간 기뢰전훈련'이 실시되기도 했다.

유엔사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창설돼 1957년 7월 서울 용산으로 옮겨왔으며, 현재는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내에 입주해 있다.

유엔사는 평시엔 6·25전쟁 정전협정·체제를 유지하고, 유사시엔 회원국들의 병력·장비 제공을 통해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유엔사는 우리나라 외에도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와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 후텐마(普天間) 해병기지 등 총 7곳의 후방기지를 일본에서 운영하며 유사시 전력제공 임무를 담당한다.

군 당국에 따르면 향후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완료되더라도 유엔사의 정전체제 관리 및 유사시 전력 제공 등 역할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제공되는 유엔사 회원국 전력은 한미동맹의 작전에 통합된다. 이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동일하다"며 "전시 한미 연합전력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군사령부가 행사하고, 유엔사는 이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전날 "유엔사 해체"를 거듭 주장하는 등 이날 회의를 앞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무력도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는 전날 공보문에서 "유엔사를 해체하는 게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새 전쟁 발발을 막고 평화·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 당국은 앞으로 한·유엔사 국방장관 회의를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