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고' 여진 속 해병대사령관 유임… 사단장은 '정책연수'
김계환 사령관, 후반기 인사 대상서 제외… "흠결 발견 안 돼"
임성근 사단장은 본인 의사 고려해 보직 없이 정책연수 결정
- 박응진 기자,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올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 사고 처리 관련 외압 의혹 등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해사 44기)이 올 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에서 유임됐다.
이런 가운데 채 상병이 생전에 근무했던 해병대 제1사단의 임성근 사단장(소장·해사 45기)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한때 합동참모본부 전비검열태세검열실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이날 보직심사를 거쳐 '정책연수'를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경찰 등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장급(4성) 군 장성 인사에 이어, 이날 중장(3성) 이하를 대상으로 한 올 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를 단행했다. 정부는 이번 인사에서 육해공 각 군의 소장(2성) 12명은 중장으로, 준장(1성) 24명은 소장으로, 그리고 대령 79명은 준장으로 각각 진급시켜 주요 보직에 임명하기로 했다.
해병대 김 사령관의 경우 채 상병 사고 처리 관련 논란 등을 이유로 앞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일단 이번 인사에선 유임됐다.
이와 관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김 사령관 교체 여부에 대한 질문에 "임무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김 사령관에게선 어떤 흠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한 적이 있다. 신 장관은 "지금 (김 사령관을) 교체하면 사실상 경질로서 (본인에겐) 불명예가 된다"며 "남은 임기를 기다려주지 않는 건 적절치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작년 12월 임명돼 해병대사령관 직무를 수행한지 아직 1년이 안 됐다. '군인사법'상 해병대사령관 임기는 2년이다.
작년 6월 임명된 임 사단장의 경우 이번 인사에서 합참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본인 의사 등을 고려해 당분간 보직 없이 정책연수를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임 사단장은 "외곽에서 해병대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보직과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연수자'가 되면 통상 국내 대학 또는 연구기관에서 6개월~1년간 특정 과제를 연구한 뒤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군 소식통은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한) 해병대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라도 위해서라도 임 사단장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이 아닌, 정책연수를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병대 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올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 사고 초동조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에선 당초 '임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내용의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으나, 이후 국방부조사본부가 해당 조사결과를 재검토한 뒤 민간 경찰에 이첩·송부하는 과정에선 해병대 측에서 혐의자로 특정했던 8명 중 임 사단장 등 4명의 혐의는 적시되지 않았고, 다른 하급 간부 2명은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 과정에서 채 상병 사망사고 처리와 관련해 '항명' 등 혐의로 군 검찰 수사를 받아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듣지 못했고, △오히려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박 대령은 특히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를 두고 'VIP(정부 최고위급 인사를 지칭)가 격노해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다'는 얘기를 김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 사령관과 국방부 모두 박 대령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은 현재 항명 등 혐의로 기소돼 군사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임 사단장은 관련 고소·고발에 따라 앞으로 경찰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조사 등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신 장관은 앞서 출입기자단 간담회 당시 임 사단장 거취에 대해 "(수사 결과) 기소가 되면 정식으로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기소 유예 처분이라고 해도 공소장 내용이 지휘관 직책이나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임 사단장에 대한 정책연수 결정에 따라 해병대 1사단장직은 앞으로 정종범 부사령관(소장·해사 47기)이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당분간 해병대 준장을 부사령관 대리로 보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 채 상병 사고 발생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한 임기훈 육군 소장(육사 47기)은 중장 진급 뒤 국방대 총장을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임 소장은 지난달 말부터 제1군단 부군단장직을 수행해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임 소장의 국방대 총장 발탁에 대해 "정책전문가로서 한미동맹 발전과 국방정책 발전에 기여했다"며 "군 내 신망도 우수하다고 판단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pej8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