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도 간부처럼 장해·사망시 연금 받을 수 있어야"

KIDA "군인 재해보상제도, 신분 차 따른 '사각지대' 존재"
"병사 대상 상이·유족연금 도입시에도 큰 재정 부담 없어"

군 장병. 2022.11.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인 재해보상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병사도 간부와 마찬가지로 상이·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혜·권현진·김재성·김동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23일 '병사 상이연금 도입 타당성 검토와 발전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오 위원 등에 따르면 현재 군인 재해보상제도는 간부와 병사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장해·사망시 간부는 상이·유족연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병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이연금'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장애등급이 결정되면 등급에 따른 급여가 평생 매월 지급되는 급여이고, '유족연금'은 공무상 사망시 유족에게 매월 지급하는 급여다.

오 위원 등은 "병사는 1회성 급여인 장애보상금과 사망보상금만 보상받고 장기성 급여 지급대상에선 제외된다"며 "이는 군인 재해보상제도가 사회보험제도가 지향해야 할 포괄성·형평성 원칙에서 벗어나 있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작년 10월 강원도 양구군의 한 육군 부대에서 폭발물 운반 작업 중 폭발사고로 발뒤꿈치를 다쳐 인공뼈를 이식한 병사의 경우 현행 제도 하에선 약 5000만원 상당의 일시금만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병사는 추후 국가보훈처로부터 국가유공자 혹은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될 경우 매월 보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평생 감내할 고통에 비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월 혹한기 내한훈련 중 텐트에서 사망한 병사의 경우도 사망보상금 1억3000만원과 전우사랑위로금 1억원 외엔 유족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 장. 2022.4.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와 관련 오 위원 등은 "군인 재해보상제도가 장해·사망에 따른 노동력 상실로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사회적 위험·문제로부터 보호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병사에 대한 사각지대가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험보상의 장해급여와 공무원 대상 공무원 재해보상제도의 장해연금이 신분 간 격차를 줄이고 대상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 군인 재해보상제도에서도 신분 차를 없애 병사에게도 상이·유족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렇게 제도를 변경하더라도 재정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간부에게만 상이·유족연금을 주는 현 제도를 바탕으로 국방부가 추계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7년쯤이면 해당 연금 지급에 총 991억원(상이연금 224억원·유족연금 767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병사 대상 상이·유족연금을 도입하면 77억~127억원(8~13%)가량이 추가돼 총 예산은 1068억~1118억원이 될 것이란 게 오 위원 등의 설명이다.

게다가 2060년쯤엔 간부 대상 소요액이 503억원(상이연금 224억원·유족연금 279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여기에 병사 상이·유족연금 407억~693억원을 더하다라도 총 예산은 910억~1196억원으로 오히려 2027년 대비 감소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다만 이들은 "군인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짧은 기간 복무하는 병사에게 상이연금 등을 간부와 동일하게 적용하면 가입자격·중복수급과 관련해 혼란과 불만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 같은 군인 재해보상법의 목적 지향성을 바꾸기 어려우면 별도의 병사 맞춤형 연금형 사회보험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아울러 이들은 "병사에게 상이연금 등을 도입하기 전에 기금 분리와 재정 건전성 강화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 등은 "각종 사회보험들이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춰 구성원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제도 운영상 허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며 "안보·국방을 위해 희생하는 병사들에게도 합당한 예우와 사회적 보상이 실현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