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 확산일로…깊어지는 여권 자중지란
한동훈 이미지 여론조사·김대남 감사 선임 과정으로 불똥
친한 공세에 대통령실·친윤 선긋기…"탄핵 명분 키워" 우려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시 후보였던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을 기자에게 요청했다는 의혹을 두고 여권 내 자중지란이 심화하고 있다. 김 행정관을 둘러싼 의심은 공격 사주로 시작됐지만 한 대표의 이미지 여론조사, 김 전 행정관의 SGI서울보증 감사 선임 과정 등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진보성향 유튜브 채널인 서울의소리에서 공개한 '김대남 녹취록'으로 인해 여당 내 갈등 기류가 고조되고 있다.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공격 사주 의혹과 관련해 "당의 명예가 훼손된 부분에 대해서 조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의소리와 통화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은 "김 전 행정관은 김 여사는 물론이고 윤 대통령과도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 외에도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 의원들은 일제히 진상조사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인다. 한 대표는 전날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행정관의 탈당에도 진상조사를 추진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선을 많이 넘은 해당 행위"라며 "녹음을 보면 모의하는 게 아니라 실행 행위 자체가 그대로 녹음된 것이다. 그러니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대남 혼자 다 벌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배후가 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대표 워딩으로, 대표 측근들이 모두 나서서 이렇게 이슈를 키워야 되느냐"며 "일단 그 의도를 잘 모르겠다.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 자체가 해당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남 녹취 파일은 공격 사주 의혹 외에도 다양한 의혹 제기로 뻗어가고 있다. 우선 친한계는 김 전 행정관이 지난 8월 SGI서울보증의 감사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에 대한 공작을 지시한 김대남의 배후는 누구인가. 김대남을 스스로 선택한 자리로 보내줄 정도의 막강한 실력자는 누구인가"라고 꼬집었다.
신 부총장 역시 뉴스쇼에서 "김대남 씨를 일부 언론에서 선임행정관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3급 행정관이었다. 여의도에서 '꿀 빠는 자리'로 통하는 서울보증 감사직은 1급 비서관이 갈 만한 자리로 3급 행정관이 갈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70억 원대로 알려진 한 대표의 이미지 여론조사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파일에서 김 비서관은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70억 원대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가운데 자신을 위해 대권주자로서 조사한 게 있다"면서 "기업으로 치면 횡령이자 사심을 가득 차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신 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대권을 위한 것이 아니고 '2030 정치의식' 조사였다"며 "이는 총선 백서 발간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에 대해 반론도 나온다. 나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당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이상규 후보가 7월 초 방송에 나와 한 대표가 이미지 여론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 한 것을 언급하며 "여의도 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일종의 지라시였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시 이 후보가 여론조사 비용 70억 원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언급을 안 했다는 점에서 이 정보가 어떻게 유출되는지를 두고는 추가 논란이 불가피하다.
의혹이 갈수록 확산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자중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친한 입장에선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이슈인 건 맞다"라면서도 "당내 분위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명분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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