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만찬 돌연 연기…의대정원 유예 '윤-한 갈등' 불씨

대통령실, 30일 당 지도부 만찬 전격 연기…韓 "얘기 못들어"
친윤 "한목소리 내야하는데 여론전" 부글…당정 갈등 새 국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간 30일 만찬이 연기됐다. 한동훈 대표의 의정갈등 중재안 제의가 불씨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안팎에선 "대통령의 역점 정책에 한 대표가 반기를 든 만큼, 불쾌감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해병대원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에 이어 의정 갈등을 두고 또 다시 충돌하면서 당정간 정국 주도권을 사이에 둔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2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석 민심을 듣고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만찬은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며 "추석 민생을 챙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추석 민심'을 이유로 들었지만 여권에선 최근 한 대표의 '의정갈등 중재'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쾌감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 종료 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비공개로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유예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여러 가지 경로로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지만 정부의 방침에 변화는 없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여권 관계자는 "의료 개혁은 대통령실 입장에선 핵심 개혁 과제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으니 용산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당장 만찬을 하긴 어렵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한 대표가 사실상 반기를 들었으니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만찬 연기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당과 대통령실간 소통부재 모습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대통령실은 "(만찬) 제안을 저희가 먼저 했고, 이번에 미루는 것도 저희가 요청드렸다"며 "당과 협의 과정에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는 이날 만찬 취소가 공표된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없다"고 했다.

한동훈 지도부 출범 후 당정은 줄곧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왔다. 출범 초기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나기 시작하더니, 광복절 직전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 한 대표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불꽃이 튀었다.

당 안팎에선 이번 의정 갈등으로 다시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큰 상황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렇게 여론화시키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