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축소하는 대한민국의 풍경, 지난 20년과 앞으로의 20년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한민국 인구문제에 대한 우려가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02년 출산율이 1.178명을 기록하고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21세기 초입부터 낮은 출산율은 국가적 위험요인으로 인식됐다. 2004년 발족한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응방안을 모색했으며 2005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됐다. 그 사이 초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고 20여 년 전 통계를 통해 '먼 미래'의 일인 것처럼 개념적으로만 알려졌던 인구 감소의 현실은 이제 현재진행형이 되어 우리 삶 곳곳에서 체험되고 있다.

인구위기가 초래할 미래의 모습들은 서울에서 먼 남쪽에서부터 서서히 북진 중이다. 먼저 빈집 현상을 보자. 2022년 비수도권 광역도 지역의 빈집 비율은 11.6%로 전 지역에서 열 집 가운데 한 집 이상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 8.4%, 울산 7.4%, 광주 7.1% 등으로 공교롭게도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이 비율은 높아졌다. 인구의 감소는 주택의 노후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 주택 대비 20년 이상 노후주택의 비율은 2022년 52.2%로 2015년의 43.8%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이 수치는 비수도권에서 광역도가 58.0%, 광역시가 56.1%로 수도권의 47.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러한 지표들은 고령화율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단순회귀분석(OLS) 방식으로 고령화율과 빈집 및 주택 노후화의 관계를 추정한 후 미래를 예측해 보면, 고령화율이 40%로 상승하는 2050년에 전국적으로 10집 중 8집이 노후화되고 2집은 비어 있는 암울한 미래가 그려진다.

아이가 줄어듦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지역별 초·중·고등학교도 점차 줄어들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1170개 학교가 폐교했으며 이 중 1000 개 이상이 비수도권 광역도에서 발생하였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77개, 광역시는 71개 학교가 폐교되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2015년 이후 진행된 것이다. 대도시 지역의 경우 폐교가 본격화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권역 내 인구 불균형으로 인해 서울이나 광역시 내에서도 폐교의 양상은 균질하지 않다.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학교가 사라지게 되면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젊은 인구의 유출은 더욱 가속화되며 이는 다시 출산율이나 빈집 문제를 악화시키게 된다. 불행하게도 악순환의 고리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1.178명이라는 과거가 20여년 만에 만들어낸 현재의 풍경이다. 2024년의 출산율은 0.7명을 밑돌 전망이며 이 수치가 20년 후에 가져올 인구 통계적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정해진 미래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출산율 제고를 통해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해졌다. 또한 저출산 정책만큼이나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몇 가지 전략을 꼽자면, 우선 인구감소 지역이 도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 지방자치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교육과 행정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을 사회적 논의에 부쳐야 한다.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줄어드는 필수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총인구 감소로 더욱 실효성이 의심받는 과거의 균형발전 전략에서 탈피해 초광역적 거점도시와 같이 비수도권 지역의 구심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적응전략에는 정부 조직체계의 개편, 지방자치의 일원화, 행정구역의 개편과 같은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해질 수 있다.

나아가 지난 20여 년간 저출산 대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의 개별 정책은 중앙과 지방, 부처와 조직 간에 일관적이고 응집력 있게 추진돼야 한다. 여기에는 학령인구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고령인구의 급증, 인구의 지역별 불균형 등 문제에 대응해 국토와 도시의 기능을 재구조화하는 기초 도면이 필요하다. 이러한 단상의 연장선에서 지난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8 주택대책'은 앞으로 20년 후의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을까에 생각이 미쳤다. 2029년까지 수도권에 총 42.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주택공급 계획은 국민 주거 안정과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주택가격 안정화가 정부가 감당해야 할 핵심 의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앞으로 수도권에도 닥칠 인구 감소와 고령인구의 급증,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국토전략, 구도심지의 기능 쇠락과 지역 내 불균형 심화 등에 대해 이번 대책은 어떤 밑그림을 그려두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