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놀이터 된 국민청원…팬덤 '세 대결' 수단 전락

'민주당 해산' 6만명, '정청래 해임' 7만명 동의
尹 탄핵청원 맞불 성격…증오정치 악순환 지적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에게 의사일정 진행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2024.6.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해달라는 청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을 제명해달라는 청원이 각각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지난달 야당 지지자가 제기해 14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는 국민 청원이 여야 '세 대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50분 기준 6만22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안건이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이내에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를 받게 된다.

청원인은 "민주당의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인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하는 경제질서, 사법권 독립 등에 위배되므로 명백한 위헌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에 관한 청원'도 이날 오전 10시50분 기준 7만247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정 의원은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헌법과 국회법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위원회를 공정하게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도리어 막말과 협박을 일삼으며 국회가 갖춰야 할 품위마저 잊은 채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민주당 저격' 청원은 최근 야당 지지자가 제기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해 민주당이 청문회를 강행하자 여당 지지자들이 맞불 성격으로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 청원은 143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자, 지난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이날 오전까지 10만9466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야당 지지자의 맞불도 있다. 지난 4일 접수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및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임명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40분까지 5만1516명의 동의를 얻었다.

정치권에선 국회에 대한 국민청원이 여야 지지자들의 '세 대결'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제도가 희화화되고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인터뷰에서 "정청래 해임 청원 청문회를 하자. 대신 26일 (청문회에) 김건희 증인 출석하고 검사 탄핵 청문회도 다 하자"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해임 또는 제명 청원은 국회 운영위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애초에 청원을 빌미로 서로에게 망신주기식 청문회를 추진하면 한도 끝도 없고 국정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