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댓글팀 의혹, 친윤-친명 묘한 동맹…'드루킹' 기시감

국힘 전당대회서 의혹 제기…민주 '댓글 7만개 포착' 특검 공세
드루킹, 당시 與 수사의뢰로 시작…野 추진 특검에 김경수 수감

한동훈(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CBS 김현정의 뉴스쇼 특집’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7.17/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이 제기되면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명(친이재명)계가 손을 잡는 어색한 동맹이 연출되고 있다. 소속 당의 의뢰로 시작된 수사로 범죄 혐의가 드러나 수감 생활을 했던 '드루킹 사건'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까지 소환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에서 파생돼 지난 9일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현 무소속)의 폭로로 불이 붙었다.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으며 본인이 그 일원이었다는 주장이다.

이후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를 상대로 연일 댓글팀 운영 의혹에 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 후보는 지난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댓글팀 운영 의혹을 겨냥해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도 구체적인 댓글팀 운영 정황까지 제시하며 한 후보 압박에 가세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한 후보 측으로 의심되는 29개 계정이 총 7만여 개의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히며, 해당 댓글은 한 후보를 향해선 우호적, 윤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인사를 향해선 부정적 내용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치권에선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쏘아 올린 공을 야당인 민주당이 내리꽂으려는 구도가 드루킹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1월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댓글 공작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과정에서 유력 대권주자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공범으로 지목됐다. 이에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까지 하며 특검을 강력히 요구했고, 결국 김 전 지사는 특검 수사를 받고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김 전 지사는 '친노·친문' 적자로 불렸지만 드루킹 사건으로 정계에서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사면을 받아 2022년 12월 출소했지만 복권은 되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판을 떠나 있는 동안 그를 받쳐 줄 친노·친문계 기반이 당내에서 사실상 소멸했다.

한 후보도 현재 여권 내 유력한 대권주자이지만 댓글팀 운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치명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 내 기반이 아직 공고하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법리스크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유죄 판결로 이어진다면 정치권을 떠나야 할 수 있다.

반면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권 도전은 훨씬 수월해진다. 이에 민주당은 댓글팀 운영 의혹에 관한 특검 추진을 언급하며 한 후보 측을 압박하고 있다. 조국혁신당도 자당이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 수사 대상 사건에 댓글팀 운영 의혹을 추가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댓글팀 운영 의혹에 관한 특검을 언급하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 토론회에서 "사실이라면 당내에서 (한동훈 특검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해도 보호할 수가 없다"며 "숨길 게 없으면 한동훈 특검해도 되냐"고 다그쳤다. 나 후보는 해병대원 특검법안과 한동훈 특검법안에 동의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비슷하다는 점을 거론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