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씹' 안하고 김여사 사과했다면…"판세 변화" vs "與 우세 상황"
"20석은 더"…친윤계 등, 당시 사과했다면 결과 상당한 영향 주장
韓 "지지율 우상향 하던 기간"…3월 이후 여러 논란 겹치며 참패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4·10 총선에서 김건희 여사의 사과 의향이 담긴 문자를 받고도 '읽씹'(읽고 무시)했다는 논란과 관련, 당시 김 여사가 사과했다면 총선 판도가 변했을지 여부를 두고 한 후보 측과 다른 당권 주자들 간의 공방이 거세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후보와 경쟁하는 당권 주자들은 김 여사가 명품백 논란에 사과했다면 지난 총선 참패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한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날 나경원 후보는 "만일 지난 1월 사과가 이뤄졌다면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도 같은 날 "(총선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당권 주자들 외에 국민의힘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과를 진정성 있게 했다면 우리가 20석 이상은 더 가져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 후보 측은 김 여사가 문자에게 문자를 받았던 당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고 있던 시기로 총선 실패에는 다른 원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제기한 후 민주당에 뒤처졌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판한 12월 말 이후 민주당에 앞서기 시작해 2월 말까지 우상향했다.
2월 들어선 '비명횡사'로 불리는 민주당의 공천 잡음까지 일자 반사이익도 거두며 총선 승리를 기대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한동훈 후보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로부터 문자가 왔던 1월 중순 이후 선거 판세에 대해 "대부분 언론이 우리가 과반을 획득한다고 판단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지지율이 하늘을 찔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사과 의사를 전달했을 당시엔 이미 총선 분위기가 국민의힘 쪽에 유리하게 반응했던 상황이었던 셈이다.
한동훈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은 2월 말 여론조사를 예로 들면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우세를 점했다는 점을 다들 알고 계실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 역시 "주목할 점은 1월은 우리 지지율이 오르던 시기였다는 것"이라며 "선거의 위기는 3월에 당도했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판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3월 이후다. 당시 해병대원 사망사건 외압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이종섭 대사의 호주 대사 임명, 황상무 수석의 '언론 회칼 테러' 발언,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값 발언 등이 겹치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뒤처진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11월 4주차에 33%까지 떨어졌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2월 5주차에 40%까지 반등한 후 총선이 끝난 4월 3주차엔 30%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야권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두고 총선 기간 내내 공세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총선 참패와는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이 당정갈등의 도화선이 됐고 민주당 공격의 빌미가 됐다는 점에서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한 한 인사는 "당시 여사가 사과 한마디라도 했다면 '해볼 만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과가 없었던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여사의 사과 여부에 대한 한 후보와 다른 당권주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전대 내내 문자 논란은 총선 책임론과 맞물려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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