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21대 국회 처리 불투명…22대 원점 재검토 가능성
총선 후 첫 연금특위서도 평행선…여 "재정안정" 야 "소득보장"
논의 공회전에…스웨덴식 개혁안 유럽 출장서 합의 시도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돼 온 연금개혁이 23일 남은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가 '더 내고 더 받는'(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을 내놓으면서 공이 국회로 넘어왔지만, 재정 안정에 방점을 찍은 여당과 소득 보장에 무게를 둔 야당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총선 후 처음으로 열린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도 두 방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견만 재확인했다. 이후 연금특위 여야 간사가 회의 일정을 다시 잡고 있지만 다음번 회의가 언제 열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앞서 공론화위 설문조사에서 시민대표단의 56.0%는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의 연금개혁안을 선택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 42.5%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는 안이다. 시민대표단 42.6%는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재정안정안)을 선호했다.
실제 인구구조에 맞춰 추려진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학습과 토론을 거친 여론조사 결과가 도출되자, 이번엔 연금개혁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여야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연금특위 회의에서 "연금 개혁의 목표는 노후생활 보장"이라며 "국가가 해야 될 길은 무엇이냐는 게 명확해졌다는 게 (이번 공론화 조사의) 큰 의미"라고 했다.
반면 연금특위 여당 간사 유경준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이란 게 여론조사를 통해 규정되는 게 아니다"라며 "공론화위 결과는 중요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7년 만에 불붙은 개혁 논의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남은 23일 안에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22대로 넘어가더라도 공론화를 거쳐 내놓은 두 안을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하지만 연금특위 위원 구성부터 재시작해야 하는 만큼 공론화 안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또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논의가 한없이 늘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론화 안을 두고 여야가 공회전을 벌이자 정치권에선 대안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이 부담한 보험료에 일정 이자를 추가한 금액만큼 연금으로 받는 제도인 스웨덴식 '확정기여형'으로 전환을 제안했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 유경준 의원도 뉴스1에 "다수의 해외 성공 사례가 있는 지속가능한 연금 제도의 개선을 위해 아주 바람직한 안"이라고 스웨덴식 개혁안에 힘을 실었다. 그는 "최저보증연금이라는 기초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지급하고, 그 위에 내는 만큼을 보장하는 확정기여형 제도를 도입한 것이 스웨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5% 이상으로 대폭 높여야 하고, 기존 가입자의 연금채무에 대한 재정 지출을 우선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안과도 같은 내용이다. KDI는 지난 2월 이미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구연금과 그렇지 않은 미래세대를 위한 신연금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당선인을 비롯해 이준석 대표와 천하람 당선인이 주축이 된 개혁신당 등도 이 대안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금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민간 위원장 등은 8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출장에 오른다. 이들은 유럽 내 전문가들과 만나 자문을 구한 뒤 여야 합의안 도출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angela02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