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55명 '낙선낙천자' 변수…'채상병 특검' 5월 표결 '긴장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민주당이 강행처리를 예고한 채상병·이태원 특검에 대한 입장 차이가 확인되면서 국민의힘이 대응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의 강행처리를 막을 방법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일한데, 이 경우 재표결에서 낙선·낙천자를 비롯해 특검 찬성파 등 당내 이탈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전날 영수회담에서 채상병·이태원 특검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채상병·이태원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 다시 논의하면 좋겠다"며 독소조항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채상병 특검의 경우 비공개 회담에서 별도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여당이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의 편파성 등을, 채상병 특검은 야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내용 등을 '독소조항'이라며 반대했는데 윤 대통령 역시 이와 같은 입장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당초 여권에서는 5월 임시국회를 둘러싼 여야 신경전 속 영수회담이 양측 합의를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야당의 입법 공세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야당은 오는 5월 임시국회를 통해 채상병 특검을 비롯해 쟁점 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우선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다. 21대 국회의원은 296명으로 이중 민주당(민주당·민주연합)은 156명으로 과반 의석을 가져 특검법을 의결할 수 있다.

여권이 법안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만큼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다시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치며, 재석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로 의결된다. 현재 국회 구성상 재의결을 위해선 19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156명에 녹색정의당(6명), 새로운미래(5명), 진보당(1명), 조국혁신당(1명), 개혁신당(4명), 민주당 탈당 무소속(8명) 등 범야권 인사를 모두 더하면 181명이다.

국민의힘(국힘·국민의미래)은 113명이며 자유통일당·국민의힘 탈당 무소속 각 1명씩을 더한 범여권 의원은 115명이다.

현재 범여권과 범야권 의석수를 고려하면 거부권 행사시 부결 가능성은 높지만,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낙천·낙선한 여당 의원들의 표심은 변수로 꼽힌다. 여당에서 16명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21대를 끝으로 국회를 떠나는 여당 의원은 55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소신투표에 나설 수도 있다. 이상민·안철수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에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5월2일과 28일 두 차례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며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재표결까지 염두에 둔 모습이다.

여권은 이탈표 관리에 나섰다. 앞서 검사출신 유상범 의원이 특검법 문제를 짚었고, 당 지도부는 특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당내 여론 형성을 진행 중이다.

5월3일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도 변수로 꼽힌다. 찐윤 이철규 의원이 유력 주자로 꼽히는데, 친윤 책임론을 주장하는 비윤계의 반발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 경우 비윤계 의원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탈표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한 중진 의원은 "채상병 특검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게 우선"이라며 "이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