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민주화 유공자 예우는 운동권 전리품이 아니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야당 정무위 의원들은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을 단독으로 가결했다. 2024.4.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야당 정무위 의원들은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을 단독으로 가결했다. 2024.4.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직회부' 강행 처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협치'로 해석하면서도, 정작 국회에서 여야 이견을 보이는 쟁점 법안 앞에서 거야(巨野)의 힘을 과시하는 듯, 각종 법안을 총선 전리품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유공자법에는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을 제외한 민주화 운동의 사망·부상자, 가족 또는 유족을 예우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의 유공자법 강행 처리 배경에는 총선 승리가 있다. 여당을 심판한 총선 여론이 식지 않은 때 미합의 법안들을 일방처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설령 반대가 있더라도 과반 의석의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눌러야 야당 지지층과 총선 민의에 호응하는 것이라는 태도마저 읽힌다.

하지만 시기부터 잘못됐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민생 회복을 정치권에 요구했다. 민생을 위해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정부 출범 후 첫 영수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마당인데 유공자법 강행 처리가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자칫 민생 회복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일방 처리는 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 법은 민주화 운동에서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을 유공자로 예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 통합을 위한 법이다. 그렇다면 법안 처리 과정 역시 설득과 합의 정신이 필요한데 결과적으로 일방의 강행 처리와 다른 쪽의 반발만 남았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정부의 '불통'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협치'를 당부하고 있는데, 권력을 독점한 국회에서는 스스로 협치를 외면했다.

여야 이견이 발생하면 끝없는 토론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협치라면, 현재 민주당의 모습은 본인들의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민주당이 그토록 비판한 '불통' 그 자체다.

특정 법안이 총선 승리의 전리품이 되는 것도 곤란하다. 이 법에 대해 여당은 법안에 포함된 사건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의원들의 '셀프 특혜'라고 반대해 왔다.

민주당은 과거 이 법이 논란이 될 때 중도에 처리를 유보했지만 이번 총선 승리를 계기로 밀어붙였다. 반정부 시위 등에서 사망·부상 당했던 사람들도 민주유공자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법안 추진 때 문제가 된 자녀들에 대한 과도한 혜택 역시 언제든지 개정을 통해 끼워 넣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여야의 충분한 논의와 심사가 있어야 하는데 총선 승리를 무기로 강행 처리한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강행 처리가 유감스러운 이유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