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홍준표 차기 대권 주도권 싸움…韓, 잠행 이어갈 듯
尹과 거리두는 한동훈, 6월 당대표 선거 불출마 전망 우세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절했다. 한 전 위원장은 건강상 이유라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과 선 긋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 전 위원장이 정치적 독립 노선을 정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6월로 예정된 차기 당대표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원들은 매우 원하고 있지만 이번에 한 전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방 선거쯤 등판하는 역할을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을 조금 아는 입장에서 절대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은 "이번 총선 패배의 의미를 곱씹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그리고 이를 위해 국민의힘이 어떻게 탈바꿈해야 하는지 천착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지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잠행을 이어왔다. 침묵을 깬 건 사퇴 9일 만인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방점은 '배신'에 집중됐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 발언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총선 직후부터 한 전 위원장에게 패배 책임을 물으며 '문재인 사냥개' '윤석열 정권 폐세자' '배신자'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 전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윤 대통령과 총선 정국 여러 차례 충돌하며 갈등을 빚은 일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12월 비대위원장 취임부터 사임 이후에도 당원과 당직자·보좌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당 내부에 의견을 밝히던 한 전 위원장이 대중 소통 창구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점도 이례적이다. 한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길이 잘 안 보여 답답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같이 힘내시자"고 썼다.
한 전 위원장의 독자 행보를 두고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 전 위원장 정계 복귀 시점이 이번 전당대회는 아닐 것이란 관측이 여권 내 중론이다.
홍 시장이 최근 한 전 위원장 비판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차기 대권 경쟁자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한 전 위원장과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홍 시장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최근 발언이 '윤심'을 반영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친윤이 아니어도 나라의 안정을 위해 대통령을 흔드는 건 반대한다"며 "아직 대선은 3년이나 남았고 지금은 윤석열 정부에 협조하고 바른 조언을 해야 나라가 안정적으로 된다"고 밝혔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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