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3일만에 자진 사퇴 조수진…'여성·중도 표심' 악화가 결정적
최근 민주당 지지율 반등에 찬물 우려…민주, 성 관련 사안 일벌백계
당내에선 젠더정치 실종 비판 연서명 돌기도…'강북을' 전략공천 방침
- 정재민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과거 성범죄자 변호 이력으로 논란이 된 4·10 총선 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새벽 자진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진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 반등세를 이어가려면 여성·중도 표심이 핵심인데 이들의 이탈을 조기에 막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조 변호사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직 사퇴를 알렸다. 그는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다.
앞서 조 변호사는 지난 19일 현역 박용진 의원을 꺾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당선 직후 성폭행 가해자 적극 변호 논란이 제기되며 국민의힘의 공세를 받았다. 결국 공천 확정 3일 만에 사퇴했다.
사퇴 배경엔 우선 당내 반발이 꼽힌다. 당내에선 민주당의 젠더정치 실종을 비판하는 연서명이 돌았다. 특히 여성 당직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는 후문이다. 과거 19대 총선에서 김용민 민주당 후보가 여성·노인 관련 막말 논란에도 선거를 완주해 민주당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해 사전에 패배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및 귀국, '기자 회칼 테러' 언급으로 사퇴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국민의힘 막판 공천 논란 등 정부·여당의 잇따른 악재 속에 반등 중인 지지율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배경으로 꼽힌다.
성 관련 논란이 선거에 미치는 파장이 큰 점을 고려해 '공천 취소'가 아닌 '사퇴' 수순으로 마무리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표는 그간 조 변호사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그간 성 관련 엄격 대응 기조도 한몫했다. 앞서 친명(친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논란이 일자 즉각 조사에 나섰고, 경기 성남 중원에 불출마했다.
민주당은 이날이 후보 등록 마감일인 점을 감안해 전략 공천 형태로 조 변호사의 후임 후보자를 낸다는 계획이다.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조 변호사의 사퇴에 대해 "오늘 등록이 마감이라 어떤 형태든 경선은 불가하다"며 "차점자(박용진 의원) 승계는 없다. 전략 공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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