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인물 '비례 1번'…민주·국힘 '장애인' 조국당은 '해직검사'

국힘·민주, 서미화·최보윤 1번…'장애인 정책' 최우선 의지 피력
조국혁신당, 반윤 '박은정'…새미래, 반명 '양소영' 각 1번 배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4.3.5/뉴스1 DB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4·10 총선용 각 당 비례대표 명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례 1번 후보'에게 관심이 모아진다. 비례 국회의원은 정당 득표수에 비례해 결정되기 때문에 비례 1번은 상징성이 크다. 통상 당의 정책 지향점과 비전을 보여주는 특정 분야 인물 또는 전문가를 최우선 배정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 1번으로 '장애인·여성' 후보를 전면 배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은 시각장애인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56)을 1번으로 발탁했다. 서 후보는 목포시의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시 의원 재임 당시 시내버스를 저상으로 완전 교체해 노약자·장애인 편의를 증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영덕 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지난 17일 "서 전 위원은 여성이자 장애인으로서 오랜 기간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고 1번 배정 이유를 밝혔다.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장애인 등 인권문제 전문가인 최보윤 변호사(45)를 비례 1번에 배치했다. 최 변호사는 비장애인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재직 중 의료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중도 장애인으로서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장애인 권리구제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올해의 장애인상(대통령상)을 받았다. 법무부 인권정책자문단,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 등을 거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권경영위원도 지냈다.

김예지 국민의힘 비례의원(43)도 15번에 이름을 올렸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은 21대 국회 비례대표에 이어 비례 재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후보 35명 가운데 여성 장애인 2명이 당선권에 배정한 데 대해 오는 국회에서 보다 장애인 친화적인 정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장애인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한 거대 양당과 대조적으로 제3지대는 각 당의 정체성이 선명한 인물들에게 비례 1번을 부여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각 정당의 존재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피력해 지지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검찰개혁'을 기치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혁신당은 검찰 조직 내 대표적인 '반윤'(반윤석열) 인사인 박은정 전 검사를 비례 1번으로 뽑았다. 박 전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로부터 이른바 '찍어내기 검찰' 의혹으로 해임됐다. 박 전 검사는 지난 7일 당의 영입 제안을 수락하며 "대한민국이 검찰 독재로 가는 길목을 막아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세력이 설립한 새로운미래의 비례 1번은 양소영 전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이 선정됐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해 김남국 무소속 의원(당시 민주당)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강성당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2일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만을 위한 민주당"이라며 탈당하고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

녹색정의당의 비례 1번은 민주노총 3대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에서 세 번이나 위원장을 지낸 나순자 전 위원장이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노동자들 권익을 위해 싸워왔고 의료 공공성 확대를 위해 한국 사회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분"이라고 나 전 위원장을 소개했다.

지지율 답보상태에 있는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공천이 한창이다. 최근 당 지지율이 3~4%에 그치면서 당선권이 2석 안팎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전날 기준 67명이 비례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다만 김용남 정책위의장, 김철근 사무총장, 양정숙 의원, 이기인 전 경기도의원, 경민정 공천관리위원 등 지도부 핵심 인사가 몰리면서 일각에서는 개혁·쇄신하겠다는 당의 정체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