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성 뒷문'에 '복수극 활용' 까지…비례대표 무용론 고개

비례대표 도입 10년…민주 비례 후보 2명 '낙마'
"특정세력 무대로 전락" vs "양당 정치 보완" 찬반 팽팽

국회 앞에서 투표하는 퍼포먼스 모습. 2023.12.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정치권이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는 사회 약자와 전문가를 발탁한다는 본래 취지는 퇴색하고 선거철마다 '국회 입성 뒷문'이 됐다.

총선을 28일 앞두고 여야가 비례대표 후보 선발에 착수한 가운데 총선 도입 10년을 맞이한 비례대표제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했다.

13일 여야는 254곳 지역구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한 인물들의 이력과 행적이 논란을 낳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연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전지예 전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과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을 추천했지만 반미·친북논란이 불거지자 두 사람은 자진사퇴했다.

전 전 운영위원은 한미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주도한 반미단체 겨레하나 활동가 출신 이력이, 정 부회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 참석과 진보당에 입당한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 반체제 활동 이력이 국회의원 자질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 낙마로 비례대표제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에도 다시 힘이 실렸다. 국민의힘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제도인 비례대표제는 급진 좌파 세력들의 활동무대와 범죄자들의 피난처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민주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격인 조국혁신당의 경우 전과자와 실형을 선고받은 인사들이 비례로 국회 입성을 준비중이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로 출마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전날 "22대 국회 첫 번째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정치적 보복을 위해 비례를 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비례대표제는 장애인, 이주민,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거쳐 각각 2002년 시·도의원 선거, 2004년 17대 국회에서 도입 후 올해로 10년이 넘었다.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지역구 의석수는 1석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수는 기존 47석에서 46석으로 1석 줄었다.

비례대표제 폐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추진된 후 무산됐다. 지난 2019년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맞서 비례대표제의 폐지를 제안했고 2016년 20대 총선 직전에도 비례대표 폐지는 정치권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비례대표 제도 유지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지역 중심의 한국 양당 정치 체제 보완제로 비례대표제를 판단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정치가 두 거대 정당이 끊임없는 정치 카르텔을 이루며 그들만의 게임이 되고 있다. 게임의 근거지는 지역"이라며 "지역구를 중심으로 여야가 극한 싸움을 벌이다 보니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진영을 대표하고 지역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미 활동가든 반일 활동가든 누구든 (국회에) 와서 여러 사상이 꽃을 피우고 담론이 풍성해질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논란은 비례대표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다만 비례대표제를 확대한다면 전문성, 대표성이라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오히려 당 지도부 입맛에 맞는 보수·진보 진영 인사들이 난립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져 협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비례대표 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비례대표 제도가 의원들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입법활동에 반영하기보다 측근 기용, 운동권 등판 경로와 같이 양극화 정치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례대표 의원 대부분 직능 대표성을 갖고 입법에 기여하려는 의지보다 차기 총선에서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당 지도부 의중에 충실히 반응하려고 노력한다"며 "지도부 의중을 가장 잘 따라주는 이들이 비례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직능 대표성을 살린 비례대표 의원들은 잘 기억해 낼 수가 없다"며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밖에 되지 못하는 비례대표를 차라리 폐지하고 줄인 만큼 현재 부족한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유권자가 비례대표를 직접 뽑는 방법도 보완제로 거론된다. 현재는 국민이 직접 비례대표 의원을 뽑지 못하고 정당 투표만 한 뒤 각 정당 지도부가 만든 비례대표 명단 순서대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폐쇄형' 명부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경우 국민이 아닌 당 지도부에 잘 보인 후보가 공천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생긴다. 유권자가 비례대표 후보를 선택하고 후보는 득표순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되는 개방형 명부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