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급등장 애써 외면하는 거대 양당…속내는 복잡

설 연휴 첫날 4개 세력 합당 합의…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셈법 복잡해져…비례는 국힘, 지역구는 민주 불리" 분석도

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왼쪽부터),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3지대 통합신당 합당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합의문에 따르면 당명은 개혁신당,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이다. 2024.2.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제3지대 4개 정당이 전격 합당에 합의하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두 거대 양당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지만 예상보다 이른 제3지대 '빅텐트' 완성에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다.

전날(9일)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지대 통합신당 합당 합의문을 발표했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공동대표는 이낙연, 이준석 대표가 맡기로 했다.

이들은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 내지는 위장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임하겠다고 하는 반칙에 대해 제3지대의 모든 세력들이 힘을 합쳐서 우리나라의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며 "양 기득권 정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된다는 일념으로 여러 우려와 걱정을 다 안고 대통합을 결단했다"고 밝혔다.

제3지대 '빅텐트'에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챙기기 위한 위성정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는 등 손익계산에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칭)는 지난달 31일 중앙당 창준위를 결성해 중앙선관위에 신고를 마쳤고, 오는 1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만장일치로 힘을 실은 '통합형 비례정당'의 본격적인 구성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 등 다양한 범진보 인사들의 합류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제3지대 합당으로 인한 비례대표 교차 투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양당의 위성정당 구성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일부 젊은층 또는 비민주 성향의 호남 유권자들의 경우 지역구에서는 양당의 후보를 선택하고 비례대표는 개혁신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구 후보 선정을 위한 공천심사가 한창인 양당의 부담도 한층 커질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원칙과상식 이원욱·김종민 의원 등 이탈한 지역구 의원들이 더 많아 민주당이 강세인 해당 지역에서 개혁신당 후보에 의해 표가 분산돼 낙선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공천 물갈이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당을 옮기는 의원들이 다수 생길 수 있어 양당이 공천심사를 보다 보수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셈법이 복잡해지는 것은 확실하다"며 "통합신당이 출범해 양당의 혁신 경쟁에 가속도가 붙는 측면도 있겠지만, 역으로 공천 물갈이를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등 메기 역할과 역메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양당의 총결집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 틈새가 그렇게 많이 있을 것 같진 않다. 녹색정의당의 지지율을 뛰어넘는 3~4% 정도를 예상한다"며 "비례대표 교차 투표 가능성이 있어 비례대표 쪽에서는 국민의힘이, 지역구에선 민주당이 더 불리하다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통합신당에 남은 과제가 많아 지지율 상승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다수 있지만, 개혁신당 측은 통합에 의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양당의 공천이 끝난 뒤의 지지율이 중요하고 양당 정치를 깨야 한다는 여론조사 응답이 20%대를 기록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주장이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시·인천시·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24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공개한 총선 결과 기대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33%, 36%로 앞서는 한편, 제3지대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특히 30대에선 제3지대가 양당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는 등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bue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