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꿔주기·쌍둥이 버스'…준연동형 유지로 재현될 각종 꼼수들
48.1㎝ 투표용지부터 '선거 운동복 점퍼 뒤집어 입기'까지
모 정당에서 의원 빌려 '앞 번호 확보·보조금 더 받기'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21대 총선 선거에서의 각종 꼼수들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정당명만 다르고 문구와 색상, 서체 등은 같은 '쌍둥이 버스'를 이용한 선거운동 뿐만 아니라 기호 앞 번호를 받기 위한 '의원 꿔주기'도 횡행할 전망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위성정당 창당, 유세 때 선거 운동복 점퍼 뒤집어 입기, 쌍둥이 버스, 의원 꿔주기 등의 꼼수행태가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5일)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정권 심판과 역사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원내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의 결정에 따라 현행 준연동형 유지가 사실상 확정됐다. 국민의힘도 현행 선거제 유지를 대비해 '국민의미래'라는 당명으로 지난달 31일 위성정당 창당 발기인 대회도 마쳤다.
이에 따라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난립하며 35개 비례정당이 등록해 투표용지 길이가 48.1㎝에 달한 사태가 또 다시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정당명부식 '1인2표제'가 도입된 제17대 총선 이후 역대 최장 길이의 투표길이였다.
투표용지가 35㎝가 넘으면 자동 개표기를 사용할 수 없어 수개표를 해야 한다. 선관위의 자동 개표기는 최대 34.9㎝의 투표 용지 처리와 24개 정당 표기만 가능해, 이를 초과하면 개표 결과 발표도 늦춰질 수 있다.
거대 양당이 기호 앞번호를 받기 위해 현역 의원을 탈당시켜 위성정당으로 보내고 선거 후에 합당하는 '의원 꿔주기'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현역 의원 숫자를 늘려 투표용지 앞 번호를 차지하고, 선거 보조금을 더 받겠단 심산이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탈당과 제명을 통해 각각 20명, 8명의 의원을 확보했다. 미래한국당은 교섭단체 지위인 20명을 확보해 선거 보조금 55억원을 받았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보조금 총액의 50%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는 총액의 5%를, 5석 미만 정당은 2%를 받는다.
비례정당이 모(母) 정당에 기생하는 '한 몸 마케팅' 꼼수 선거 운동도 재연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선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미래통합당과 합동 유세에 나섰다가 미래통합당 당명이 적힌 점퍼를 뒤집어 입는 촌극도 연출됐다. 후보자나 선거사무원이 아니면 기호나 당명이 적힌 점퍼를 착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68조 때문이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미래한국당은 17개 시도의 2배수인 34명만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할 수 있는데, 원 대표는 선거사무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민주당은 4년 전 더불어민주당 기호인 숫자 '1'과 더불어시민당 기호인 숫자 '5'를 부각시킨 쌍둥이 버스로 인해 중앙선관위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았다. 선거법 90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한 부작용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다만 정치적 자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당 설립을 침해할 수 없고 부작용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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