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모·장관 대거 與 텃밭행…한동훈 '거리두기' 시험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38명·장관 출신 8명 출사표
TK·PK 현역 맞대결 예고…한동훈 "공천은 당이 하는 것"
- 이비슬 기자,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정지형 기자 =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에 도전한 용산 참모와 장관 출신 인사가 모두 4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가 여당 텃밭인 영남권과 서울 한강벨트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현역 의원들과의 맞대결이 불가피해졌다.
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22대 총선 공천 신청자 수는 총 849명이다. 이 가운데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대통령비서실에서 일한 참모 38명이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출신은 8명이다.
용산 출신 대표 인물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서울 강남구을에 공천을 신청해 현역 박진 의원과 맞붙게 됐다. 박 의원도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핵심 인사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비서관도 여당이 우세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을에 공천을 신청했으며,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에 나갔다.
윤 대통령 '복심'으로 불린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 역시 경북 구미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구갑)과 박성훈 전 국정기획비서관(부산진구갑) 등 핵심 참모들도 대체로 험지보다는 여권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갔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인사들이 주로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과 같은 여당 텃밭에 몰린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대통령 프리미엄'을 등에 업지 못하는 상황에서 험지 출마 대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역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험지 승리를 위해 대신 싸워줄 것이라고 기대도 했지만 텃밭에서 집안 싸움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쟁력 있는 분들이 당을 위해 험지에 출마해주시면 감사하지만 공천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배분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장관 중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한 인사는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서울 용산구)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서울 영등포구을) △박진 전 외교부 장관(서울 강남구을) △방문규 전 산업부 장관(경기 수원시병)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인천 계양구을)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울 중구·성동구을) △정황근 전 농식품부 장관(충남 천안시을)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부산 중구·영도)까지 8명으로 파악됐다.
장관 출신 인사들은 대다수 수도권 한강벨트를 공략했다. 한강벨트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주변으로 마포구·동작·용산·성동·광진까지 이어진 행정구역으로 지난 대선에서 마포와 광진을과 광진갑을 제외하고 윤 대통령 득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 많았던 지역이다.
대선 3개월 뒤 치른 지방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벨트 내 지역구 9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용산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모두 지역구를 차지해 여야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핵심 지역이다.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과 정부 출신 인사들의 경쟁이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 253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 현역 의원과 용산 출신 참모가 공천을 두고 경합을 벌일 지역은 약 20곳에 달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대변인실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여당 우세 지역에 지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힌다"며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를 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고 했다.
시선은 주도권을 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결정에 쏠린다.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거리 두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공천 신청자에 대한 부적격 심사와 경쟁력 평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설 연휴 직후인 오는 13일부터 후보별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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