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20석 가능"vs"어림없다"…'빅텐트' 크기에 달렸다

낙준연대 신당 지지율은 10%…정체성·선거제 등이 변수
"지역구 쉽지 않지만…접전지서 후보내면 양당에 결정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정의당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2024.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예원 기자 =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3지대의 세 불리기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탈당 후 다음 주 신당 '새로운미래'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은 당원을 5만명 가까이 모집했다.

이제 남은 80여일 동안 두 전직 대표와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이 얼마나 결속하느냐가 제3지대 성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16일 발기인 대회를 열고 신당의 방향성과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달 내 중앙당 창당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도 14일 국회에서 제3지대 플랫폼 '당신과함께'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다.

제3지대의 여러 정치세력들이 현재는 각자의 세를 형성하는 시기다. 이들이 수개월 내에 빅텐트 안으로 모일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단일대오로 정치 세력화하기 위해 연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합당이 아닌 느슨한 선거 연합의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제3지대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하나의 정강정책으로 묶어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에게 지향하는 정치이념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선거연합은 거대 양당의 독주를 막자는 메시지에 동의하면 총선시기 함께할 수 있는 틀이다.

'낙준 연대'로 불리는 두 전직 대표 모두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최대의 공약수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MBC라디오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청년 정치를 상징하는 분이고, 저는 경험 많은 정치인의 대표격으로 돼 있지 않느냐"며 "세대통합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양한 정당들이 정당의 독립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게 빅텐트"라며 "선거 구도가 정권 심판론으로 잡히면 야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제3지대 빅텐트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18대 총선에서 14석을 확보한 '친박연대' 사례를 언급하면서 "정당이 아니라 정파라는 게 빅텐트의 핵심"이라며 "느슨한 연대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잘하면 원내 교섭단체(20명) 정도의 숫자는 당선시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흡수통합이나 지역구 후보 단일화가 거론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낙연,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권 싸움을 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한쪽이 어느 한쪽을 흡수통합하는 식으로 몸집을 키우면 힘이 실릴 수 있다. 또는 플랜 B로 지역구 후보 단일화, 2단계 통합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선거제 개편 역시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수를 배분한 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그보다 모자랄 경우엔 비례대표 의석을 다 가져갈 수 있어 신당의 원내 진출이 용이하다.

반면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으로 돌아갈 경우 신당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비례대표가 연동형을 유지하면 병립형보다 훨씬 유리하다. 이준석 신당은 10석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확실한 지역 기반과 확고한 대선주자 없이 신당은 어렵다는 과거 사례에 비춰 신당에 대한 회의론이 아직은 우세한 상황이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비교해 정체성이나 지향점, 지지 기반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약점이다.

엄 소장은 "당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정체성인데, 이낙연 신당이나 이준석 신당의 경우 어떤 지역이나 세대를 특정해서 지지 기반으로 할 수 있을지 당의 비전이나 가치를 뭘로 할지 조율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반윤석열 반이재명 다 모아서 당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총선에서 실제 득표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신당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양당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정치평론가는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신당 후보가 지역구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다만 1000표 이내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접전지에서 신당이 후보를 낼 경우 신당 후보가 가져갈 100표마저도 양당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신당의 지지율은 10%선으로 미미하지만, 두 전직 대표가 갖고 있는 호남과 2030 지지 기반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합당이나 연대를 할 경우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나' 물은 결과 '낙준연대 신당' 지지율은 10.8%로 나타났다. 두 신당이 연대를 하지 않을 경우 지지율은 각각 11.4%, 6.3%로 집계됐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준석 신당' 13.9%, '이낙연 신당'은 8.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