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지연"vs"적법절차"…조태열 청문회 '강제징용 재판거래' 공방(종합)

조 후보자 "의견 아닌 자료 낸 것…국정농단 동의 못해"
대일청구권 협정·윤석열 정부 한중 외교 두고도 견해차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허고운 한병찬 기자 = 여야는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제동원 재판 관련 '재판거래'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5~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2차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법원 인사들을 세 차례 만났다. 이들과 '참고인 의견서' 내용 등을 포함해 강제동원 재판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하면서 강제징용 재판 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참고인 의견서에선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기업들의 재산을 압류할 경우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소장에 따르면 국제법적 문제가 있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패소할 수 있다, 재상고 사건 선고를 늦추고 전원합의체에 회부돼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며 "청와대나 총리실이 나서면 소문이 복잡하게 나니 외교부가 재상고 사건을 정리하면 좋겠다고 정리한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강제동원 피해자 원고 승소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2013년8월 전범기업이 재상고 했다. 그 때 박근혜 정부와 외교부 입장은 무엇이었나"라고도 물었다.

조 후보자는 이에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일괄 해결된 사안이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앞선 물음에는 "법률 전문가 검토 결과, 간담회 결과 요지를 정리해 수정해준 것"이라며 "저는 의견을 낸 적이 없고 자료를 냈을 뿐이다. 의견서 제출 제도가 2015년 처음으로 도입돼 어떤 양식, 형태의 문서인지, 내용의 구체성 등을 물어본 것이지 내용을 조율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의 청구권협정 관련 답변에 대해 "아베 전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 판결은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 1965년 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했다. 후보자는 일본 아베 총리 의견에 동의하고 우리나라 대법원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대법원 판결은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행정부 입장과 대법원 판결의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질의에 나선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몇 달이 됐든 연기를 요청한 사이 정부는 무슨 노력을 했나. 일본 정부에 대해 우리 사법부 판결을 수용해줄 것을 외교적으로 노력했는가"라고 조 후보자 답변을 비판했고, 조 후보자는 "외교적으로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하고 우리가 거기에 관여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일본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사법농단 사건이 있었고 후보자가 증인으로 가서 진술도 했는데 사법농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로서 곤혹스럽고 피해자 입장에서 더더욱 곤혹스러운 결과가 됐다"면서도 "이 문제를 사법농단으로 정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법원행정처도, 외교부가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임 전 차장, 유명한 김앤장 고문 등과 강제동원 재판을 지연시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10년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르신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우리 역사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조 후보자는 이같은 비판에 "(당시) 외교부 차관으로서 피해자 인권도 중요하고 그 문제로 인한 한일 간 외교적 문제를 대처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행동했을 뿐"이라며 "사법농단에 관여한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또 "2015년 대법원 민사소송 규정을 개정하면서 우리나라도 그런 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조 후보자의 이같은 입장에 여당은 사법농단이 아닌 적법한 절차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행정부와 사법부가 대외적으로 다른 입장을 할 때 대법원이 신중하게 국익을 고려해 판결해야 했다"며 해외의 관련 사례를 설명, "우리 외교부가 법원에 의견을 제출하는 게 불법하거나 뒷방에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국정원장 조태용,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에서 수십년간 호흡을 맞춰온 관계"라며 "외교안보라인이 튼튼한 최적의 라인으로 구축됐다"고 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도 "재판거래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사법적 판단이 진행되고 있다"고 조 후보자를 지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미국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맺기 위해 중국과 관계를 악화시킨 게 옳은 노선인가"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은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 이익 문제에 관해 일본보다 앞서지 말아야 한다. 일본보다 앞서나가려고 하는지 지적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정부 들어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졌고, 한미일 관계가 강화되니 중국에서 우리에 대해 호혜적으로 나오는 흐름을 느끼고 있다"며 야권의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진석 의원은 "윤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면 과거처럼 10끼 중 8끼는 혼밥(혼자먹는 밥) 먹고 오는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야권을 겨냥했다.

조 후보자는 이에 "협력에 초점을 맞춰 신뢰증진과 실질적, 가시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춰 한중관계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