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 출범한 김기현호…혁신 파고 못넘고 동반좌초

친윤계 전폭 지지 속에 당선 9개월 만에 퇴장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혁신위 갈등에 결정타

김기현 의원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3.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판을 뒤집으며 당 대표직에 오른 지 약 9개월 만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등판한 김 대표는 총선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당 안팎의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안고 미완의 마무리를 맺게 됐다.

김 대표는 이날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3월8일 전당대회에서 52.9%의 지지율을 얻으며 당 대표에 당선됐다. 2022년 7월 이준석 전 대표가 중징계를 받으며 당이 지도부 부재를 겪은 지 8개월 만이었다.

전당대회 당시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얻은 김 대표가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정부와 당의 관계 안정 및 총선 체제까지 김 대표에게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모였다. 김 대표의 대표 공약은 5560(당 지지율 55%·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 달성이었다.

김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켜주신 국민의 명령을 정치 인생 마지막까지 하늘처럼 받들겠다"며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국민의힘의 성공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3.6.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기현 1기 체제'는 주요 당직에 친윤 및 비윤계를 고루 안배한 인선으로 주목받았다.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과거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강대식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 당선 직후 불거진 태영호·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설화로 당이 혼란에 빠지면서 김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혼란을 빠르게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민생·경제·청년을 중심으로 현장을 찾는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와 청년정책네트워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에 따른 수산시장 방문 등으로 현장 밀착형 정책 활동을 펼쳐왔다.

대야 관계는 강성 기조를 유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구속영장 기각 사태, 김남국 코인 등 잇따른 야당 실책에도 당 지지율이 반사 이익을 얻지 못한 점은 실책으로 꼽힌다.

지난 6월 김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불체포특권 포기를 포함한 정치 쇄신 3대 과제 공동 서약을 야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남부골목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3.10.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기현호는 당정 일체를 강조하며 호기롭게 출범했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부침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9월 김 대표는 흔들리는 지지율 방어를 위해 대구 달성군 사저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김 대표 체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김기현 2기 지도부'를 꾸려 대대적 혁신 의지를 표명했다. 주 1회 고위당정협의회 정례화 발표와 함께 당이 정부에 민심 전달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새로운 당정관계를 확립하겠다고 김 대표는 공언했다. 2기 지도부 사무총장에는 이만희 의원, 정책위의장에는 유의동 의원을 새로 임명했다.

총선 필승 전략으로 김 대표가 띄운 '메가시티 서울' 공약은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한다는 파격 이슈를 선점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국회 당대표실에서 인사를 나눈 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 대표는 당 쇄신 방안으로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삼고초려 끝에 인요한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의견을 받아들여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대사면'이 이뤄졌다.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 통합, 외연 확장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불거진 당 지도부와 혁신위 사이 갈등은 김 대표 체제 위기에 부채질을 했다. 혁신위가 요구한 당 지도부, 친윤(친윤석열)계,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는 울산 4선 김 대표에게 치명타가 됐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지난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김 대표가 사퇴를 결심하면서 지난 3·8 전당대회를 성공으로 이끈 '김장연대'가 나란히 퇴장했다.

김 대표는 사퇴 발표를 앞두고 이날 오전 이준석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김 대표와 회동 이후 "김기현 대표는 명예를 중시하는 분"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상황 자체가 하루라도 지속되면 화가 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지난 11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뉴스1 DB) 2023.12.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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