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서울 6석 승리" 판세에 위기 의식 확산…"김기현 사퇴하라"

하태경 "불출마론 부족, 사퇴만이 답" 서병수 "김기현, 결단할 때"
총선 '서울 6석' 전망·낮은 당 지지율에 위기의식…김기현 결단 시점 주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김석기 의원과 대화하며 밝게 웃고 있다. 2023.1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사실상의 빈손으로 조기 해산된 것에 대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에선 10일 공개적으로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위 조기 종료로 일단락되는듯 했던 당내 갈등이 김 대표 사퇴론으로 옮겨붙으면서 김 대표가 언제쯤 결단을 내릴지도 관심이 모인다.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 대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3선 하태경 의원은 이날 김 대표를 향해 "불출마론 부족, 사퇴만이 답"이라고 촉구했고,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은 "이제 결단할 때가 되었다"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의 제1과제는 윤석열 정부를 총선 과반 승리로 안정화시키는 것"이라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 대표 체제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사퇴가 불명예는 아니다"며 "이대로 총선에 대패해 윤석열 정부가 식물정부가 된다면 그땐 모든 책임을 김 대표가 지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김 대표의 구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그런 결기가 김 대표 당신에게 있냐고 묻지 않았던가"라며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간다면 국민의힘이 필패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 사퇴론은 지난 7일 혁신위가 조기 해산을 선언한 직후부터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재선 이용호 의원은 8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냐'는 물음엔 "지금 지도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고 에둘러 답하기도 했다. 초선 김미애 의원은 "당대표 사퇴 요구를 묵살한 채 전권을 주겠다며 인요한 위원장을 모셔 온 분이 누구인가"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이라고 했다.

이처럼 당내 반발이 터져 나오는 배경엔 부정적인 내년 총선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판세 전망이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전통적 텃밭인 강남 갑·을·병과 서초 갑·을, 송파을 등 6곳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4·15 총선 당시 서울 8석(용산,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갑·을)보다 못한 결과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좋지 않다. 한국갤럽의 지난 5~7일 여론조사에서 내년 4월 총선 전망은 '정부 지원을 위해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5%,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51%로 정권 견제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정부 지원론을 앞섰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22대 총선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2%,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를 출범시키고도 (혁신안을) 들어주지 못했으니 당연히 당 대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김기현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용산과의 관계 재정립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 대표 사퇴론이 재점화되면서 김 대표가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김 대표가) 반응을 해야 하는데 자기 스케줄대로 가겠다고 한다"며 "(처음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가 나왔을 때) 최소한 울산에서는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 정도는 했어야 하는데, 지금 더 최악으로 와버렸다"고 지적했다.

brig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