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국힘의 고민…'수직적 당정관계' 어떻게 해소하나
'검찰' 출신 윤 대통령·윤심 전당대회 작용하며 '수직적 당정관계' 심화
친윤 지도부 인적쇄신·당정 변화 노력…공천 과정서 '윤심' 다시 커질수도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여권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간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적쇄신, 당정의 변화 노력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지만 내년 총선과 권력구조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해결책은 쉽사리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칫 지금과 같은 형태의 당정관계가 계속되면 내년 총선에서도 패배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당정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13일 여권에선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수직적 당정관계를 꼽고 있다. 주요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주도권을 잡고 당이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작동했고, 존재감을 상실한 여당은 이를 막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최근 개각 과정에서 당이 막말 등 논란을 낳은 후보를 옹호하거나, '민생'을 외치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메시지가 나오자 이념 논쟁에 당력을 집중한 모습 등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수직적 당정관계는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당초 여당은 김태우 전 구청장의 귀책 사유가 있어 무공천을 고려했지만, 그를 실형 선고 3개월 만에 사면·복권한 것에 대해 '공천하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해석하고 실제로 공천한 것이다.
여권에서 수직적 당정관계가 나타나는 것은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직적 당정관계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검찰 출신으로 기존 정치인들과 친분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윤 대통령의 특징과 '윤심'으로 치러진 지난 전당대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당정관계의 무게추가 급격히 대통령실로 기울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당정관계는 당내 혼란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여권을 향한 부정적 여론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존재감을 잃은 당은 이를 완화하는데 어떤 역할도 못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 결과도 여권에 부정적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는 우선 '인적쇄신'이 떠오르고 있다. '친윤'으로 불리는 지도부의 변화를 통해 당정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각론이 나온다. 김기현 대표를 남겨둔 부분적인 인적쇄신이 돼야 할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 전면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한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실적인 방안은 부분적 인적쇄신이 꼽힌다.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로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를 교체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당 지도부에서도 부분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다만 이 경우 임명직 당직자를 임명한 김기현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내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완전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실과 당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지도부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권고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로 뜻을 모은 뒤,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한 건 이 같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질 경우 현실적으로 권력을 가진 대통령실로 무게추가 기울 수 있다. '무공천' 분위기였지만 대통령의 사면복권으로 바뀐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사례는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이 주도하고 당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며 "대통령실도, 당도 이번 보선 결과를 계기로 새로운 당정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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