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임명동의안' 부결 배경은…이재명 재판 지연 전략 담겼나

국힘 '김명수 체제' 유지 의구심…"사법부 공백 나쁘지 않다는 것"
민주 "사법부 수장 품격에 걸맞는 인물 물색하라"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대법원장(이균용)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고 있다. 2023.10.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박종홍 기자 = 거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초유의 일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지명한 정기승 후보자 이후 35년만이다. 여권에서는 이같은 사태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이어 대장동 비리 의혹,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여러건의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가 대법원장 임명을 최대한 지연시켜 김명수 대법관 체제 속에 재판을 받을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당장 김명수 대법관이 지명한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내년 1월 끝나는데 이들의 후임 제청 절차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6일 뉴스1과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이유에 대해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현재 진행되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유리하다고 본 것"이라며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사법부 공백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민주당 전·현직 당대표를 비롯해 여러 의원들과 당직자가 재판을 앞두고 있다"며 "지은 죄는 많고 재판은 다가오고 있으니 사법부를 겁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일종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 부결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적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짜 이유는 소위 말하는 사법부 길들이기나 범죄 혐의자에 대한 방탄 같은 민주당의 정치 역학적인 전략적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당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실제 부결되자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진행,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김기현 대표는 "불법을 비호하고 범죄자를 은폐하기 위한 민주당의 조직적 사법 방해가 급기야 사법 마비, 헌정 불능 사태로 폭주했다"며 "이 대표의 개인적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부각된 데다 재산 신고 누락 의혹 등이 제기된 만큼 부결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윤영덕 원내대변인은 표결 이후 브리핑을 통해 "대법원장은 사사로운 친구 찾기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발목 잡기 운운하지 말고 사법부 수장의 품격에 걸맞은 인물을 물색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부결시켜서 '모든 것을 힘자랑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는 있다"면서도 "임명동의안을 가결하면 허수아비 대법원장을 앉히는 것을 용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태가 내년 총선을 앞둔 여권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재명 대표 문제를 떠나 재판 적체가 일어나면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민주당이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 시킨 상황에서, 이번에는 사법부 마저 이렇게 만들었다. 국민 입장에서는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