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일본 전 총리 "한일 연계해 미중 대립 제어해야"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해 이해·협력 분야 문서화 해야"
"한일연계 공고화 위해선 기시다 무한책임, 사죄해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4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명사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23.9.1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14일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국제정세를 두고 "한일 양국이 한일 연계를 통해 미중 대립을 제어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명사 초청 강연회'에서 "미국의 독선적인 미중정책에 알아서 맞추다가 한일 양국이 중국과 군사적 대립에 휘말리는 건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 한일 관계가 드디어 개선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며 "올해 3월 한국정부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을 제시했고 일본을 방문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셔틀외교에 합의했다. 드디어 한일연계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정권은 안타깝게도 한미일이 함께 중국에 대항하는 길을 가려고 하고, 윤석열 정부는 기시다 정부만큼 아니지만 미일 양국에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 길로 가면 미중 대립이 심화되고 동아시아 불안정화를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 양국은 각각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는 동맹국이기도 하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했다"며 "한일이 최대한 연계하고 이를 통해 증폭된 영향력으로 미중 양측에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주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중국 입장에서 한미일 대중 포위망으로 비칠 수 있다"며 "중국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해 3국이 공통의 이해와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서는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일연계의 토대 위에 호주, 인도, 아세안 국가, 나아가 유럽국가까지 연계 폭을 넓힐 수 있다면 우리 발언권이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궁극적으로 한중일 3국이 동아시아 '부전공동체'의 주축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 연계를 공고화하기 위해서 기시다 일본 총리의 사죄 표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한일관계 개선은 징용공 문제 등 과거사 문제와 양국 외교관계를 분리해서 생각한 윤 대통령의 결단에 힘입은 바가 매우 크다"며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안정화라는 큰 전략적 목표 위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리신 반면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 보수파를 두려워하며 윤 대통령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가 표면적 안정을 되찾은 지금이야 말로 양국 정부는 역사 문제의 본질적 부분에서 새로운 타협에 이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기시다 총리가 피해자분들께 명확한 형태로 사죄 표명하는 게 당연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작년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을 때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싶다, 한일관계 개선 위해 스승이 돼 달라는 부탁 말씀을 들었다"며 "기시다 총리가 역사 속 사실을 인정하고 상처받으신 분들께서 더이상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는 무한책임을 이해하게 될 때 한일관계는 미래를 향해 그 지평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명사 초청 강연의 첫 강연자로 나선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제93대 내각총리대신을 지냈다. 총리 시절이던 2015년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이 한국에 행했던 행위에 대해 사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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