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인사청문회 험로 예고…보수성향 도마 위에

칼럼, 친여 색채 뚜렷…안철수에 대립각
'핵무장론', '전쟁불사론' 주장…햇볕정책에는 적대감
무상급식을 북한 배급에 비교…박근혜 비판하다 당선되자 찬사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내정자 2014.6.10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figure>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장고끝에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내정한 가운데 여야가 문 전 주필의 인선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면서 향후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앞서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내정됐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논란 끝에 낙마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현미경 검증이 예상된다.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그의 정치적 성향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문 후보자의 국무총리 내정 소식에 "극우 꼴통 세상이 열린다"고 비난할 만큼 야당 입장에서 문 전 주필은 극단적인 보수 성향인사로 분류된다.

실제로 문 전 주필의 보수 성향은 자신의 블로그에 쓴 칼럼을 통해서 드러난다.

문 전 주필은 지난 2012년 4월 23일 '기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당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것을 두고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만일 예상했던 대로 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이 나라는 얼마나 어지럽겠는가"라며 "야당이 다수가 된 국회는 다른 국사에는 손을 놓고 이명박 정부를 잡는 각종 청문회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그런 어지러움을 막을 수 있었다"고 노골적인 친여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문 전 주필의 칼럼에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논조도 많았다. 문 전 주필은 지난 2012년 11월 '파랑새의 백의종군'이라는 칼럼에서 당시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안 대표에 대해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안철수는 너무 맥없이 무너졌다. 그는 온실에서 성장한 화초였고 새장 안에서 고이 자란 파랑새였다. 야생성이 없는 그는 단일화 압박을 견뎌낼 수 없었다. 뒤늦은 평가이지만 당선이 되었다 해도 그런 약한 대를 가지고 험난한 국정을 끌고 갈 수 있었겠는가"라고 적었다.

여타의 다른 칼럼에서는 반공 우파에 가까운 모습도 보인다. 전쟁불사론과 핵 무장론을 서슴없이 제기한 반면, 햇볕정책이나 무상급식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상한 나라 코리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소는 덩치가 아무리 커도 작은 독사에 물리면 죽는다. 북한의 30배가 되는 경제력으로 각종 재래식 무기를 사와도 핵 한방이면 끝장"이라며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깨져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국의 전술 핵을 들여오거나, 독자적 방식으로 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다"고 핵 무장론을 폈다.

이듬해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이번에는 "'민족끼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민족을 멸살하고 있다"며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 전쟁이 무서워 피할 때 우리는 볼모가 된다. 전쟁을 각오하고 나서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전쟁 불사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2010년 12월에는 '햇볕정책 실패를 선언하라'는 칼럼에서 "햇볕정책은 평화를 구걸한 것이었다. 지금도 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발로 악의 시스템으로 걸어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다"라고 햇볕정책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위중했던 2009년 8월에는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문 전 주필은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및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을 제기하며 "이는 단순히 소문 차원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대두됐을 때는 무상급식이 북한의 배급 장면을 연상시킨다며 반론을 폈다.

문 전 주필은 2010년 3월 '공짜 점심은 싫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무상급식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규정하고 "무료 급식은 배급 장면을 연상케 한다. 좀 심하게 비유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것과,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북한 주민이 그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문 전 주필의 비난 대상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후에는 돌변해 박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07년 7월 '권력의 비늘을 떼라'라는 칼럼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를 두고 "외국의 예를 많이 들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어머니의 정치 (Mummy Politics)'다. 자녀를 키우고 집안살림을 꾸려본 여자들이, 나라살림도 남자보다 더 섬세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런 경험이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과거 회귀라는 질책과 여자라는 문제가 극복되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더 나아가 이듬해 4월 '박근혜 현상'이란 제목의 칼럼에서는 "이 나라에서는 요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뽑지도 않았고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았는데 권력이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주목하는 언론의 행태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그는 180도 달라진다. 2012년 12월24일 '하늘의 평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반대의 결과가 되었을 때 지금 이 나라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역사의 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의 신은 늘 우리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때로는 베일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만 한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그는 베일을 뚫고 나타나는 것 같다"며 "마치 동화에서 수호천사가 갑자기 나타나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구해주듯이 말이다"라고 찬사를 쏟아냈다.

문 전 주필의 이 같은 보수 성향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에 집중 공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전 주필의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도착하면 그의 재산도 공개되는 만큼 또다른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신임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험난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sanghw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