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자지구 전쟁터 청바지도 '블러' 처리…서구 문화 차단 안간힘

북한에선 청바지를 외부문물의 상징으로 여겨…복장 단속으로 체제 결속
청바지 외 스키니진·외국어 티셔츠도 검열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에 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입고 있는 청바지를 블러 처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입고 있는 청바지 사진조차 '검열, 편집'하면서 서방 문화 유입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자 보도에서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망자와 부상자 수, 피난민들의 수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입고 있는 청바지 사진을 흐리게 가리는 '블러'(blur) 처리했다. 주민들이 이를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3월에도 조선중앙TV를 통해 정원을 가꾸는 방법을 소개하는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가든 시크릿'을 보도하면서 원예사가 입고 있는 청바지를 흐리게 처리한 바 있다.

북한은 청바지를 외부문물의 상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미국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다만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후 외국인 관광을 적극 확대하면서 복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개방'이 예고됐던 비핵화 협상 때 이같은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의 결렬과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조가 강화되면서 분위기의 변화가 일었다. 통제된 사회 분위기 유지가 필요했던 북한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외부문화 소비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북한은 최근 청바지뿐 아니라 스키니진과 외국어가 적힌 티셔츠 등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지난 2월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서도 청바지와 스키니진을 입고 다닐 경우 바지를 찢거나 벌금을 문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실렸다.

노동신문도 지난달 여성들의 봄철 옷차림을 소개하면서 "민족적 특성과 시대적 미감에 맞는 고상하고 문화적인 옷차림은 우리 생활에 아름다운 향기를 더해주고 있다"라며 '고상한 옷차림'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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