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도 스마트폰·독일맥주…北 여행 '풀코스' 담긴 브이로그 엿보니

북러, 전세기 운항 늘리는 등 '관광'에서도 밀착행보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의 전경 (출처 유튜브 채널 PoletMe Aviation Videos)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과 러시아 간 교류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 러시아 유튜버가 평양 시내를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코로나19 봉쇄 이후 베일에 쌓인 북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영상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10월 14일 한 러시아 관광객이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고려항공사의 여객기 '일류신 Il-62M'을 타고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평양 시내를 둘러보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관광객에 따르면 항공편부터 숙박, 식사, 관광을 포함한 4박 5일 일정의 여행상품은 총 1378달러로 한화 약 193만 원 정도라고 한다.

승객들이 비행기에 탑승하자 북한 승무원들은 러시아말로 "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넨다. 자리에 착석한 승객들에게는 '위생봉투(Airsickness bag)'와 영자 일간지 '평양타임즈'가 제공되고, 기내식으로는 햄버거와 물·차·주스 등의 음료가 나온다.

텅 빈 평양순안국제공항 내부 모습 (출처 유튜브 채널 PoletMe Aviation Videos)

영상에는 순안공항 내부 모습도 담겼는데, 공항에는 책·우표·동전·엽서 등을 파는 기념품 가게부터 '아시아료리 전문식당', 전자제품 상점 등이 있지만 모두 불이 꺼진 채 텅 빈 모습이었다.

순안공항은 현재 블라디보스토크·베이징·선양을 오가는 국제선만을 운항하고 있는데, 이날 공항에는 비행기가 2편밖에 운항되지 않았다고 한다.

평양 거리에 선전 문구 간판이 설치된 모습 (출처 유튜브 채널 PoletMe Aviation Videos)

공항에서 나온 관광객들은 '조선국제려행사' 버스를 타고 평양 시내로 이동했다. 버스 창밖으로는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로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 "모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정관철에로!" "백두산정신" 등의 선전 문구가 적힌 간판들이 지나갔다.

시민들의 옷차림은 나이대별로 다양했다. 학생들은 남녀 모두 짧은 머리에 흰 셔츠를 입고 빨간 스카프를 매고 있어 획일화됐지만, 성인의 경우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젊은 여성부터 후드가 있는 편한 티셔츠를 입은 남성까지 비교적 자유로웠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는 모습으로 차도는 한산한 편이었다. 종종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문구가 적힌 시내버스나 전깃줄에 연결된 트램버스, 택시 등이 포착되기도 했다.

평양 시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모습 (출처 유튜브 채널 PoletMe Aviation Videos)

평양 시내에서 서구 문물이나 신식 건축물을 찾아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거리마다 고층 아파트와 주상복합식 건물이 즐비했고, 독일제 승용차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나 식료품점에 해외 맥주와 탄산음료가 진열돼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스마트폰의 높은 보급률이다. 평양 거리에서는 '정보기술교류소'라는 간판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스마트폰 관련 교육이나 수리를 진행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며 걷는 시민들도 많았다.

'청량음료'라고 적힌 간판이 걸린 노점상 앞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 (출처 유튜브 채널 PoletMe Aviation Videos)

북한 내 노점상의 인기도 주목할 만하다. 길거리 곳곳에는 북한의 생수 브랜드인 '강서약수'나 '빙수' '청량음료' 등의 간판이 걸린 상점과 복권 판매소로 보이는 '즉시 지불추첨' 가게가 보였는데, 그 앞에는 열 명 내외의 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태양상'이 나란히 걸린 금수산태양궁전 앞에는 하얀 캡모자를 쓴 군중 수백명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음악에 맞춰 강강술래 같은 군무를 추거나 남녀가 짝을 지어 빨간 손수건을 이용한 율동을 선보였는데, 북한에서 '무도회' '야회' 등으로 불리는 집단군무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 앞에 군중이 모여있는 모습 (출처 유튜브 채널 PoletMe Aviation Videos)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줄곧 봉쇄해 온 국경을 지난해 8월부터 일부 개방하기 시작했으나, 관광은 러시아 국적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관영매체 타스통신은 지난 19일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을 오가는 전세기 운항 횟수를 늘리기로 한 사실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은 "올해 1~9월 양국을 오간 관광객이 5000명을 넘어섰고 그 중 항공서비스가 70% 이상을 차지했다"며 "이에 양측은 양국 간 전세기 운항 횟수를 늘리기로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 관광객을 위한 전자 비자를 도입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적 영역을 넘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밀착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