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TV, 파리올림픽 첫 중계…점수판 가리고 탁구·다이빙 메달 종목만

개막 9일 만 첫 녹화중계…'세계랭킹 2위' 日꺾은 탁구 16강 중계
점수판 모자이크…중계권 없어 타국 영상 재편집한 듯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오후 '녹화실황' 형식으로 제33차 올림픽경기대회 북한과 일본과의 경기 '탁구혼성복식 16강자전'을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갈무리)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2024 파리올림픽 개막 9일 만에 첫 올림픽 TV중계에 나섰다.

6일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오후 '녹화 실황' 형식으로 이번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16강전 일본과의 경기를 50분여간 녹화중계했다. 이튿날에는 '물에 뛰어들기(다이빙) 여자 10m 고정판 동시 경기'도 35분간 방송했다.

북한은 그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지난달 26일 올림픽 개막 소식과 메달 획득 소식을 간단히 보도했는데 중계영상을 방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

TV가 중계한 탁구와 다이빙은 북한이 이번 올림픽에서 일찍이 메달을 딴 종목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탁구 혼합복식에서 리정식-김금영이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어 다이빙 여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김미래-조진미가 은메달을 추가했다.

특히 탁구 혼합복식의 경우 중국에 패한 결승전이 아닌 일본과의 16강전을 중계했는데 세계랭킹 2위인 일본을 꺾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나운서는 "우리나라 리정식, 김금영 복식조는 세계순위가 16위이고 일본 복식조는 2위"라고 소개했다.

자국 선수들의 활약을 보여주고 싶지만 정작 경기 중계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중계권'이 없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과거에는 '한반도 중계권'을 가진 한국 방송사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중계권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같은 지원도 받기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다른 국가에서 방송한 영상을 재사용하는 '해적 중계'를 하는 정황이 종종 포착된다. 이번에도 북한의 올림픽 소식 보도 영상을 보면 좌측 상단에 있는 점수판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대신 하단 중앙에 북한말로 된 자체 점수판을 추가해 원래 송출된 국가나 방송사를 특정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또 지난 4일 '국제체육소식'을 통해 이번 올림픽 경기 주요 내용을 10여분간 요약해 보도했는데 핸드볼, 테니스, 여자축구, 남자축구 등 여러 종목의 경기를 보여주면서 유독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화면에 담기지 않아 눈길을 끈다.

북한은 이전에도 국제 경기에서 보인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은 고의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는데, 올해 남북 '적대적 두 국가'를 천명하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중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열린 남북 여자축구 경기 결과를 전할 때 우리나라를 '괴뢰'라고 표기하며 적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도 한국 언론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거나 한국 선수의 인사를 받지 않는 듯한 모습이 화면에 포착됐다.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오후 남자축구 아르헨티나 대 이라크 경기를 보도했다. 화면 상단이 가려져 있다. (조선중앙TV갈무리)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