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에 '향도'라던 北, 월간지서도 표현 삭제…내부에서도 오락가락?
'조선' 4월호 '향도' 지칭 없어…TV이어 활자 매체도 표현 수정
주애 '후계자설' 커지자 뒤늦게 표현 바꿔…신중 분위기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에 '향도'라는 표현을 썼지만, 한 달 뒤에 발간된 월간지에는 관련 지칭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월간지 '조선' 4월호는 김 총비서가 주애와 함께 지난달 15일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한 소식을 다뤘다.
매체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이 지난달 16일 보도한 것과 거의 똑같은 기사와 사진이 실렸는데, 김 총비서와 주애를 '향도'로 지칭한 대목만 달라졌다.
당시 관영매체들은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종합온실을 돌아보시었다"라고 보도했으나, 월간지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선노동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종합온실을 돌아보시였다"라고 했다.
김 총비서와 주애를 묶어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고 지칭했던 부분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로 바뀐 것으로, 주애에 '향도'라고 불렀던 대목만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온실 준공식 관련 첫 보도가 나온 날 오후 조선중앙TV에서도 리춘희 아나운서가 '향도' 표현을 빼고 대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고 수정해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신문뿐 아니라 내각기관지 '민주조선', 선전매체 '조선의소리', '내나라' 등 대부분 활자매체에는 여전히 '향도'란 표현이 남아있는 가운데, 한 달 뒤에 출간된 월간지에는 또 관련 지칭이 빠진 버전이 실린 것이다.
향도(嚮導)는 길을 안내하는 행위나 사람을 뜻하는 말로, 북한에선 최고지도자와 관련해 사용되는 표현이다. 북한 매체가 주애에게 '향도'란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애의 '후계 가능성'을 의미한 것이 아닌지 주목을 받았다.
이를 두고 북한이 주애의 '후계 가능성'에 대해 안팎의 여론을 떠본 뒤 뒤늦게 표현을 삭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간상으로 따지면 이같은 해석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달 16일 오후 조선중앙TV 보도부터는 북한 매체에서 '향도' 표현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당시 "김주애에 대한 의전·표현 등을 종합해 볼 때 김주애의 후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보도를 수정한 것은 "정확히 어떤 의도인지는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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