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전문가패널 내달 활동 종료…북중러 제재 위반 가속화 예상

"대북제재 집행 이행력 약화…제재 위반 더욱 노골화될 것"
안보리 형해화 수순 가능성도…독자 대북제재는 더 강화 예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기가 15년 만에 종료된다. 이번 조치는 북한과 밀착하며 각종 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하는 러시아의 '몽니' 때문으로, 향후 북한과 우방국 간의 제재 위반 행위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통상적으로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위해 매년 진행하던 이번 표결이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임기 연장에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전문가패널은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 제1874호에 따라 설치됐다. 활동 기한이 1년으로, 매년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전문가패널의 역할이었다. 제재의 목표인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패널의 활동도 매년 '관례적으로' 연장돼 왔다.

그러나 이번엔 러시아가 반기를 들었다. 유엔 안보리의 의사결정 구조상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한다면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은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부터 북한과 무기 거래를 이어오며 대북제재를 장기간 위반하고 있다. 과거 수 차례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한 이번 러시아의 행동은 북한의 '우방'으로서의 역할과 입지 강화와,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조사, 정리하는 전문가패널이 사라질 경우 대북제재의 효과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북한은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도 다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는 대북제재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의 지원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비공식적으로 유류와 각종 물자를 제공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 때문에 전문가패널의 해체로 인한 감시망의 약화는 북·중·러 간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북러 간 무기 거래의 폭이 넓어지고, 외화벌이를 위한 해외 노동자 파견도 더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2년 사이 부쩍 강화한 핵미사일 도발 및 개발을 지속하면서 핵무력 증강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러시아가 대북제재 무력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대북제재를 이행하도록 하는 핵심 기재 중 하나가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인데,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노골적으로 대북제재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중국은 그동안 대북제재 위원회 전문가패널에 러시아보다는 성의 있게 대응해 왔지만, 전문가패널이 없어지면 중국도 더 편하게 제재 위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은 대북제재 이행이 무력화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대북제재의 집행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예상했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로 북한의 도발에 안보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보리는 지난 2022년부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때마다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논의하려 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사실상 논의 자체가 무산돼 왔다.

박원곤 교수는 "한국의 입장에선 대북제재가 더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을 막는 것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안보리 자체가 더 형해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패널의 해체가 대북제재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관련 활동폭이 줄어들 뿐 기존의 대북제재 결의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대북 독자제재망도 유엔의 제재 못지않게 촘촘하게 짜여 있어, 대북제재의 핵심인 북한의 자금망을 막는 각국의 독자제재가 상호 연동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전날에도 북한의 불법 자금 조달과 관련된 해외의 기관과 개인을 추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상호 연동이 가능한 독자제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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