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 文 회고록 비판하며 "히틀러 의도 믿었다 2차 대전"

"北 의도에만 초점 맞추면 정세 오판"…1939년 뮌헨회담 '사례'로 거론
"탈북민 '文정부였다면 탈북 안했을 것'이라 말해" 대북정책 비판도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변방에서 중심으로)이 진열돼 있다. 2024.5.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기술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관해 "(북한의 핵) 능력을 무시한 채 북한의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북관계, 국제정치에서 어떤 사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상대방의) 의도와 능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출간한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으며, '상응조치가 있으면 비핵화하겠다'는 김 총비서의 약속을 믿었다고 밝혔다. 또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서 찾았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1939년 9월 뮌헨회담을 거론하며 "네빌 체임벌린 당시 영국 총리가 히틀러 독일 총통의 (영토를 더 이상 확장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유화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다음 해 2차 대전이 일어났다"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의도를 전적으로 믿는다면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의 3D(억제, 단념, 대화) 정책 중 억제가 바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군사적 능력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주장에 관해선 "북한이 협상 실패를 야기했다"라며 "비핵화 협상 실패는 북한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는 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 비핵화 실패를 미국의 책임, 동맹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1월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을 언급하며 "지난해 동해, 서해에서 어선을 타고 탈북한 두 가족이 있는데 이중 한명이 '문재인 정부가 아직 있다면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탈북해 한국에 온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과연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분명해진다"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이날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에 관해선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적대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인도적 문제, 재난·재해 상황 대응을 위해서는 남북 간 연락 채널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다가오는 장마철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서라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차단한 연락채널 복구가 시급하다"라며 "북한은 하루빨리 (연락채널 복원 요구에) 호응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남북대화는 비핵화의 진전, 이산가족,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라며 "대화가 재개될 때를 대비해 대응 매뉴얼과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