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서 찍은 러시아 영화, 北서 개봉…북러 문화교류 '가속'
우주에서 12일 간 촬영한 러시아 영화 '도전', 북한에서 상영 중
전문가 "6월 신조약 체결 이후 보여주기식 교류 늘어"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찍은 장편영화 '도전(The Challenge)'이 북한에서 개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간 문화 교류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도전'이 북한에서 상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4월 러시아에서 개봉한 영화 '도전'은 심장병을 앓는 우주비행사를 수술하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로 나선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배우와 제작진이 실제 ISS에서 12일간 머무르며 촬영했다. 이 영화는 러시아 연방우주공사와 국영 방송사 '제1채널'이 11억 1500만 루블(한화 약 195억 원)을 투자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의 '최신 영화'가 북한에서 개봉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적 협력을 넘어 문화·스포츠 분야에서도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엔 양국 간 '경제·문화 협조에 관한 협정' 체결 75주년을 맞아 러시아 연해주 마린스키 극장 예술단이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발레극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선보였다. 이 자리에는 승정규 북한 문화상과 러시아 문화부 차관 등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북한 어린이 선수단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 '연해주의 아이들'에 참여했다. 아울러 양국은 오는 11월 평양에서 '16개 스포츠 종목에 대한 교류 협정' 체결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도 올해 들어 부쩍 잦아진 양국 간 문화 예술 분야 교류를 주목하고 있다. 이지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방 직후 북한이 러시아(당시 소련)로부터 문화적 원조를 받은 걸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당연할 수 있다"면서도 "올해 들어 그러한 교류가 특히 두드러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월의 봄' 축전에서 중국보다 러시아가 먼저 언급됐다"라며 "축전이 갖는 외교적 상징성을 고려하면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정치·군사적 협력보다 문화·예술적 협력이 훨씬 쉽다"면서 "'6월 북러 신조약(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이라는 어려운 걸 해냈으니 그 뒤로 쉬운 것들은 눈치 보지 않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양국 간 문화적 교류가 여전히 '보여주기식'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소련 문화의 영향을 받은 건 너무 옛날 얘기"라면서 "지금은 사실상 두 나라 문화 간 공통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러시아 문화가 북한 내에서 줄 수 있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라고 짚었다.
오는 12일 양국이 수교 76주년을 맞아 이벤트를 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지순 연구위원은 "규모가 크든 작든 둘의 관계를 과시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현재 보여주는 적극성을 보면 양국 간 우호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 역시 "올해 푸틴이 24년 만에 방북한 것부터 이벤트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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