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관광 재추진'하려는 이유는…외화벌고, 이미지 쇄신 목적
김정은 "문명한 우리 국가 모습 세상에 널리 떨쳐야"
"교통 인프라 부족, 행동제약 많아 관광객 유치 확대에 한계" 지적도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외화벌이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머지않은 시기에 외국인 상대 관광사업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빠른 시일 내 북한이 원하는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이상근 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북한의 관광 활성화 정책 재추진 전망과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내년 봄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는 등 관광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관광 활성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외화수입 증대를 통한 경제적 이익 확보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북한이 연간 수억~수십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외화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관광은 대북제재를 회피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대외협력사업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관광객을 통한 북한의 외화 수입은 연간 수천만달러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북한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다인 30만명으로, 북한의 외화수입은 9000만~1억5000만달러(1170억~1950억원)로 추산됐다.
북한은 외국 관광객 유치를 확대해 향후 외화 수입을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은 2017년까지 연간 100만명, 2020년까지 연간 2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관광 활성화 정책 재추진의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관광사업 활성화는 우리 인민이 보다 문명한 생활을 누리고 우리 국가의 모습을 세상에 널리 떨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내부적 결속을 도모하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세계의 인정을 받는 나라', '세계적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휴양·오락시설을 갖춘 나라'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인식시키며 체제 정당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주요 관광지를 개발할 때마다 '세계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북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이 2024년 봄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며 평양 중심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공사가 중단됐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도 내년 중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중국, 러시아와의 연계관광을 추진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특히 북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양국 간 연계관광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때 러시아의 연해주 관광청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연해주-북한 관광당국 간의 협정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연결하는 관광프로그램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재개되더라도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사업을 복구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북한 당국이 올해 국경 봉쇄를 완화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외국인 입국자들에게 이틀간의 격리 조치를 실시하고 있고, 공항 및 항만시설이 열악하고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도로 중 상당수가 비포장 상태로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북한 관광의 접근성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금지 품목과 행동 제약도 많아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관광객 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 연구위원은 "교통 인프라 부족은 북한 관광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 요인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자원과 노동력의 장기간 투입이 필요하다"라며 "북한 체제 특성상 각종 금기와 여행객 행동 제약을 없애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단기간에 외국인 관광객 수 대폭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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