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돌봤지만 너무 지쳐"…장애 아들 살해한 어머니[사건의재구성]

"30년 넘게 정성껏 보살피며 고된 삶"…징역 3년 선고
법원 "자녀 생명 침해하는 행위 정당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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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서른한 살 A 씨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과 청각 장애, 면역 장애를 앓아 평생 어머니 B 씨(60)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정성으로 돌봤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B 씨는 아들의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일을 했다.

그의 노력에도 아들의 병세는 점점 나빠졌고, 잘 움직이지 못하거나 구토를 자주 해 1년 중 100일 이상은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B 씨 역시 나이가 들면서 척추협착증이 생기는 등 건강이 나빠졌고 지난해 9월에는 허리 통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둬야 했다.

약 두 달 뒤 허리 증세가 다소 나아져 재취업을 준비했으나 아들은 그 무렵 다시 입원을 해야 할 만큼 건강이 나빠졌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자 큰 절망감을 느낀 B 씨는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23일 새벽. B 씨는 아들이 계속해서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잘못된 결심을 했다.

B 씨는 남편이 외출한 사이 아들을 살해했고, 자신도 따라가려 했지만 귀가한 남편에게 발견돼 실패했다.

B 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족들은 그간 아들을 돌본 B씨의 노고와 고통을 이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지난 5월 울산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대로)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머니로서 몸이 아픈 아들을 30년 넘게 정성껏 보살펴 왔다"며 "아들의 간병과 직업 활동을 병행하면서 다른 가족과 소통이 부족할 정도로 고된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법질서가 수호하고자 하는 최상의 가치"라며 "자녀의 생명은 부모로부터 시작되지만 부모가 자녀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까지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녀가 어떠한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그 인생이 순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부모가 자신 또는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자녀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