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판 전청조' 남성 5명 동시 교제하며 수십억원 뜯어[사건의재구성]
1인 2역까지…피해 남성 목숨 끊기도
징역 3년 선고받자 항소…檢 추가기소
- 조민주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사업 자금이 필요한데 부모님 도움은 받기가 싫어."
2년 전, 40대 여성 A씨는 데이팅앱을 통해 만난 40대 남성 B씨에게 자신을 부잣집 딸이라고 소개하면서 접근했다. A씨는 정략 결혼을 시키려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다며 어필했다.
A씨는 B씨와 사이가 가까워지자 해외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여느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여행을 즐겼다. 여행 경비는 모두 A씨가 냈다. B씨는 A씨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결혼을 꿈꾸며 만남을 이어갔다.
그런데 A씨는 수차례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온 뒤 B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당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투자처가 있다며 돈을 받아냈고, 이어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수천만원을 받았다. 부모가 남긴 유산을 받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급기야 A씨는 "사채업자에게 잡혀있는데 4억원을 달라고 한다. 안 그러면 죽는다"며 B씨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아달라 요구했고, 대기업 정유회사에 다니던 B씨는 A씨를 돕기위해 사표를 낸 뒤 받은 퇴직금과 대출금까지 건넸다.
이렇게 A씨가 받은 돈은 11억원. A씨는 받은 돈을 생활비와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했다. 매달 카드 사용 금액은 수천만원씩 나왔다.
A씨는 B씨가 더 이상 돈을 구하지 못하자 자취를 감췄다. B씨는 불어난 빚으로 큰 고통을 겪다가 A씨와 교제를 시작한 지 2년 2개월만인 지난해 6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의 행각은 A씨와 교제하던 다른 남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거액을 받은 A씨가 갑자기 연락되지 않자 수상하게 여겨 신고한 것이다.
A씨가 체포된 곳은 A씨와 결혼을 약속한 한 남성이 장만해 준 인천의 집이었다. A씨는 이 집에서 동거 중에도 다른 남성 5명을 상대로 범행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돈을 다 써버려 돌려줄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직인 A씨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을 부잣집 딸이나 갤러리 관장, 사업가라고 속여 7명의 남성들로부터 30억원을 뜯어냈다.
3~5명의 남성과 동시에 교제하면서 새로 만난 남성에게 받은 돈을 기존의 남성에게 갚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특히 휴대전화를 여러 대 번갈아 쓰면서 친정 엄마나 친구 행세를 하기도 했고, 변호사 역할을 대행하는 사람을 대행하는 사람을 고용하기도 했다.
A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30~50대 남성 피해자 3명으로부터 6억7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여죄를 밝혀내 지난달 30일 A씨를 추가 기소했다.
minjum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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