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배 타더라도 안전했으면…" 울산서도 세월호 10주기 추모
남구 롯데호텔 앞 시민분향소… "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해야"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선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승객 476명 중 29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6일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호텔 앞에 세워진 '시민 분향소'에선 당시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울산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추모 행사는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분향소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이에 앞서 이달 13일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 정원 만남의 광장 앞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울산기억식'엔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분향소 앞에 발길을 멈춘 행인들은 향로 옆에 하얀 국화를 올리고 고개를 숙이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분향소 옆 부스에선 노란 리본 모양의 비누·배지를 구매하거나 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에 촉구하는 서명 캠페인에 함께하는 시민들 모습도 보였다.
현장의 한 활동가가 뉴스1 기자에게 건넨 노란 리본 열쇠고리 옆엔 보라색 리본도 함께 달려 있었다. 보라색 리본은 지난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상징물로 쓰인다. 이 활동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진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도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6세 아이를 키운다는 우현미(35·여) 씨는 "내가 결혼했을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며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이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 아이가 혹시 다음에 배를 타더라도 안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도했다"고 말했다. 우 씨는 "하루빨리 참사의 진실이 알려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희생자와 비슷한 나이대인 조우진(26) 씨도 "학교에서 '전원 구조' 소식을 듣고 기뻤는데, 집에 돌아오니 오보로 밝혀지고 희생자 수가 실시간으로 늘어나 마음이 아팠다"고 10년 전 참사 당시를 기억했다.
이번 추모 행사의 중심 단체인 '울산 4·16 기억 행동'은 매년 이곳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를 진행해 왔다. 여기엔 울산시민연대와 민주노총,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등 단체도 참여하고 있다.
추모 현장에서 만난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는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지만 한국 사회에 굉장히 큰 트라우마를 갖게 했다"며 "한국 사회를 보다 더 안전한 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게 추모 활동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이름만 달라졌을 뿐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며 "그동안 국가의 책임 부재에 대해 많은 시민이 분노했고 그런 영향이 (4·10 총선) 투표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중대재난조사위원회 설립' '국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팻말을 든 그는 "개별적인 특별법을 만들기보다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그런 사고를 조사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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