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VIP가 단 세 번 쓴 '울산페달'…'관리 부실' 공공배달 앱

울산 공공 배달앱 '울산페달' 실적 저조
울산시, 자금 지원 안하고 사실상 운영 방치

민간 배달 앱의 라이더들. /뉴스1 ⓒ News1 DB

(울산=뉴스1) 임수정 기자 = “배민은 일주일에 일곱 번 씁니다. 울산페달은 딱 세 번 썼어요.”

13일 울산 북구에 거주 중인 황모씨(30·여)에게 민간 배달 앱 '배달의민족'과 울산 공공 배달 앱 '울산페달' 사용 횟수를 묻자 이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황씨는 배달의민족 앱에서 VIP 등급 회원이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점심 식사를 주문해 먹고 식후에는 팥빙수나 커피 등 디저트도 또다시 주문해 먹을 때도 종종 있다.

배달 음식을 즐기는 황씨가 울산페달을 사용한 적은 단 세 번에 그친다. 황씨는 “같은 가게 같은 메뉴라도 가격 비교를 해보면 울산페달이 더 싸니까 가끔 썼다”며 “그런데 입점 업체 수가 많이 없어서 잘 안 쓰게 되더라”고 했다.

울산시가 2년 전 민간과 협력해 내놓은 울산페달이 울산 시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누적 기준 울산페달의 주문 금액은 지난해 3월 말 18억6000여만원에서 올해 3월 말 29억여원으로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타지역의 공공 배달 앱 성공 사례와 비교하면 울산페달의 성적표는 더욱더 초라해진다. 광주시 공공 배달 앱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주문금액 134억여원을 기록했다. 광주시 인구가 143만명, 울산시 인구가 111만명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울산페달 실적과 큰 차이를 보였다.

울산페달 이용 시 소비자, 자영업자의 혜택은 적지 않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A 분식점에서 동일한 김밥 4줄을 주문할 때 드는 돈은 배달의민족 이용 시 2만3000원(김밥 한 줄 5000원, 배달료 3000원), 울산페달을 이용하면 1만8000원(김밥 한 줄 4000원, 배달료 2000원)이었다. 메뉴 가격과 배달료뿐만 아니라 최소 주문 금액도 울산페달이 저렴했다.

특히 소비자는 울산페달 주문 시 울산 지역화폐 ‘울산페이’로 결제할 수 있어 더욱더 저렴하게 배달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울산페이 구매 할인율은 7%이며 1인당 구매 한도는 20만원이다. 울산페달로 한 달에 20만원어치의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 1만4000원을 되돌려받는 셈이다.

자영업자는 울산페달 앱에 입점하면 수수료 부담을 확 줄일 수 있다. 울산페달 이용 시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소비자가 울산페이로 결제한 경우 0%,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 결한 경우 1%에 불과하다. 반면 민간 배달 앱에서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6.8~12.5%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한 분식점의 '배달의민족(왼쪽)'과 '울산페달' 앱에 노출된 화면. 배달의민족과 달리 울산페달은 다른 메뉴에 동일한 사진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3.4.14/ 뉴스1 ⓒ News1 임수정 기자

그런데도 울산페달이 울산 시민의 외면을 받는 이유로 입점 가게 수가 적은 점 외에도 불친절한 앱 구성과 사용자 경험(UX), 소비자의 이목을 끌 행사 부재 등이 꼽힌다.

남구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안모씨(42·남)는 “울산페달에 노출되는 음식 사진을 조금더 신경 써서 찍어 올리면 좋겠는데 민간 배달 앱에 비해 너무 볼품없고, 리뷰 기능이 아예 없어서 이벤트를 할 수 없으니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 하는 것 같다”며 “수수료를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앱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씨의 경우 일부 단골들만 울산페달을 통해 음식 주문을 했다. 그런데 민간 배달 앱의 경우 주문 건수가 많아야 앱 화면 윗단에 가게가 노출되기 때문에 하나의 앱에서만 주문받기 위해 울산페달 이용을 중단했다고 한다.

울산페달은 공공 배달 앱을 표방하지만 울산시는 울산페달 운영비, 홍보비 등을 일절 부담하지 않고 있다. 울산시가 공공 배달 앱 활성화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페달과 관련한 예산은 별도로 편성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울산페달 실적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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