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또 이전' 이태원 참사 2주기에도…여전히 떠도는 추모 공간
'서울시 소유' 부림빌딩 1층 임시공간 계약 11월초 만료
2년새 '3번째 이전' 앞둬…총리실 산하 추모위 구성 아직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가 29일 2주기를 맞은 가운데, 참사를 기리는 추모 공간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세 번째 둥지를 튼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은 내달 초 또다시 이전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부림빌딩 1층에 위치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은 다음 달 3일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야 한다. 지난 6월 이전한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과의 계약이 11월 2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부림빌딩은 서울시가 소유한 건물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번 계약 만료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은 벌써 3번째 이전을 하게 됐다. 첫 번째 공간은 2022년 10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 마련된 시민 합동 분향소였다.
이후 유족들은 참사 100일째인 지난해 2월 서울광장으로 공간을 옮겼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가 분향소를 불법 건축물로 규정하면서 양측은 장소 이전을 두고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시는 유가족 측 대리인과 54차례 면담하는 등 대화를 이어간 끝에 장소 이전에 합의,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차린 지 499일 만인 6월 중순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 실내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부림빌딩의 재개발과 계약 만료로 인해 추모공간은 11월 또다시 이사를 가야만 한다. 현재 서울시와 유족은 시청역 인근 민간 건물로의 이전에 대해 협의 중이다.
서울시 측은 "유족들과 협의해 최종 장소를 조율 중인 상황"이라며 "새롭게 (서울시와) 계약을 맺은 곳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새롭게 이사 갈 곳도 '임시' 공간이라는 점이다. 정식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추모위원회가 구성돼야 하는데, 관련 협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총리실 산하 추모 위원회가 만들어져야 정식 추모 공간 조성을 위한 예산 협의 등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며 "유족 측도 정식 추모 공간을 바라고 있지만 (절차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 갈등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정식 추모 공간 설립에는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다소 시간이 들더라도 정식 추모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현행법에 참사 추모 공간 지원을 의무화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합동 분향소 등 추모 사업 비용을 국고로 지원할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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