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서울 버스' 노선 개편…오세훈 "사모펀드 진입 차단"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맞아 혁신 방안 발표
'민간자본 관리' 강조…"버스 노린 사모펀드 좌시 안 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20년 만에 버스노선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복잡했던 시내버스 노선은 간소화하고, 장거리나 중복된 노선은 줄인다. 오랜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운송수지 적자분 전액을 보전해주던 '사후정산' 방식에서 미리 정한 상한선 안에서 보전하는 '사전 확정제'로 바꾼다. 2024.10.2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을 맞아 시내버스 노선을 20년 만에 개편한다. 서울시가 보유한 교통 빅데이터를 분석해 버스 노선을 전면 재조정한다. 새로운 노선은 2026년 1월 공개될 예정이다.

또 엄격한 진입 기준에 따른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불건전·외국계 자본과 과다영리 추구 자본의 진입을 사실상 제한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 방안 발표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민의 생활패턴과 교통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던 버스노선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고 재조정하겠다"며 "누구나 5분 내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7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회사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유지하되 버스 운송으로 발생하는 임금은 업체와 지자체가 공동 관리하는 형태다.

서비스 혁신: 수요자 중심 노선 개편…"교통 빅데이터 분석 기반"

서울시는 철도 노선을 기본으로 한 수요자 중심 노선을 만든다. 시민들은 2026년부터 새로운 버스 노선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규 노선은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티머니 수도권 통합 정산을 하면 하루에 몇백억건의 정보량이 들어오는데, 출발·도착지에 관한 많은 정보에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시민들의 수요(디맨드)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어 "운수회사 이름을 떠나 굴곡진 노선 ·소외된 노선처럼 노선 자체만을 보겠다"며 "예를 들어 '회사별 노선을 어떻게 바꾸겠다'로 접근하면 노선 개편 작업이 1~2년 안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운전 기사가 한번 운전대를 잡으면 4시간 동안 꼼짝 못하고 계속 운행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노선도 있고, 지하철과 중복되는 노선도 많다"며 "모든 사항을 다 묶어서 검토할 것이고, 일단 (대략적인) 안을 만들고 공청회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철도보다 가성비가 높은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규 노선이 들어가기 힘든 곳에는 맞춤 버스를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2층 버스'는 이용자가 많아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투입한다. '자율주행버스'는 운전기사 수급이 어려운 새벽, 심야시간대 청소·경비 등 새벽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한다. '수요 응답형 교통 수단'은 고령인구가 많거나 사회복지시설 인근지역에 투입한다.

공공성 혁신: 사전 심사제도 도입…외국계 자본·자산운용사 진입 금지

시는 준공영제 운수회사를 대상으로 엄격한 진입 기준에 따른 사전 심사제도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조례 개정을 진행한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차파트너스는 2019~2022년 서울 운수회사 6곳을 포함해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회사를 전국에서 대거 인수했고 최근 통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훼손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사모펀드라고 하는 민간 자본이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업계에 이익 취하겠다고 들어온 것은 참으로 통탄할 만한 일"이라며 "그동안 인내심으로 참아왔는데,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준공영제 혁신 대책은 (민간 자본이) 돈 벌러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민간 자본은 돈을 벌기 위해 (운수업계에) 들어오는데 돈 벌 길을 차단을 해야 들어올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앞으로 시는 불건전 외국계 자본과 과다영리 추구 자본의 진입을 사실상 제한한다. 외국계 자본, 자산운용사의 진입을 금지하고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엔 설립 2년 이상 경과 된 곳에만 기회를 준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해서는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현금성 자산(운전자본) 상시 보유 의무화 등을 통해 배당수익을 제한한다.

민간자본이 준공영제 허점을 악용해 알짜 자산매각 후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이탈하는 '먹튀' 문제도 원천 차단한다.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하면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민간 자본의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최초 진입 후 5년 내 재매각하거나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하면 회사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한다.

재정 혁신: '사후 정산제'→'사전 확정제' 개편·표준정산 도입

시는 재정 지원 구조 역시 개편한다. 2026년 1월부터 '사후 정산제'를 '사전 확정제'로 바꿔 재정 부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전 확정제'는 다음 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그 차액만큼만 지원하는 제도다.

인건비와 연료비의 경우 많이 써도 모두 실비로 보전해주는 정산 방식을 상한선을 정해 보전해주는 '표준단가 정산제'로 바꾼다.

오 시장은 "20년간 준공영제를 지속하는 과정에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재정 지원으로 인해 서울시의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며 "이를 통해 버스회사가 자발적으로 수익을 증대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사전 확정과 표준정산 100% 도입을 통하게 되면 연간 약 500억 원 내외의 비용 절감을 예상하고 있다"며 "폭스바겐사도 이 방식을 적용해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woobi123@news1.kr